산후 갑상선염
산후 조리
출산은 온 가족에게 기쁨을 주지만, 산욕기의 산모는 몇 가지 반갑지 않은 증상에 시달립니다. 쉽게 피로해 지거나 빈혈, 그리고 제왕절개 수술 부위나 회음절개술 부위의 통증, 그리고 유방통 등의 증상들이 산모를 괴롭힙니다. 이 시기는 또한 정신적으로도 우울증에 빠지기 쉬운 시기입니다.
산후 3개월이 지나면 서서히 이런 자질구레한 고통에서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산후 3개월째가 되어도 원기를 회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컨디션이 안 좋아지는 산모들이 있습니다. 산후풍 이라고도 하고, 산후 조리를 잘못하여 심한 몸 고생을 한다고 믿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는 산후 갑상선 질환이 원인일 가능성이 큽니다.
산후 갑상선염은 산후에 생기는 갑상선 질환 중 가장 흔하여서 전체 산모의 약 2-10%정도에서 발생하는 매우 흔한 질환입니다. 무통성 갑상선염, 아급성 림프구성 갑상선염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다행히 1년 정도 지나면 대부분이 자연회복 되지만 일부는 영구적인 갑상선기능 저하증에 빠지기도 하기 때문에 주의를 요합니다.
산후 갑상선염의 원인은?
산후 갑상선염은 정확한 원인은 분명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자가면역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어지고 있습니다. 자가면역 질환이란 인체의 면역계가 교란 되면서 우리 몸을 지켜야할 임파구나 면역계가 오히려 신체의 일부를 공격하거나 신체의 일부분을 대상으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임신을 하게 되면 생리적으로 면역기능이 억제되고 출산 후에는 면역기능이 회복 되게 됩니다. 그런데 출산 후에 저하된 면역기능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자가면역반응이 일어나서 자신의 갑상선 조직을 파괴하게 된다고 추정됩니다.
산후 갑상선염의 증상은?
갑상선은 갑상선 호르몬을 생산하고 저장하였다가 신체의 필요에 의해서 조금씩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그런데 산후 갑상선염이 생기면서 갑상선 호르몬의 저장 창고가 염증으로 깨지면서 일시적으로 저장된 갑상선 호르몬이 많이 방출되어 갑상선기능 항진증 상태로 됩니다.
갑상선기능 항진증의 증상으로서 출산 후에 땀이 많아지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신경이 예민해지거나 신경질을 잘 낸다든지 잠이 잘 오지 않는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산후에 나타나는 갑상선기능 항진증의 증상을 산모가 뚜렷하게 인식하지는 못하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산 후 3-8개월이 지나면서 창고에 있는 갑상선 호르몬들이 모두 방출되면서 서서히 갑상선기능 저하증으로 변하게 됩니다. 몸이 붓고, 피로하거나 근육이 자주 뭉치고, 관절이 아프고, 추위를 못 참거나 사지가 시린 증상, 손발이 저린 증상, 변비, 기억력 저하, 우울증, 갑상선이 붓는 등의 갑상선 저하증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출산 또는 유산 후에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위와 같은 증상들이 나타나면 의사선생님의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산후 갑상선염과 산후풍이 어떻게 틀립니까?
우리 나라는 산후에 찬 기운을 피하고 산모는 뜨거운 온돌에서 몸조리를 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흔히 산후조리를 잘못하여 산후풍이 생겼다고 여기고 가물치나 잉어, 호박물 같은 음식을 드시는 등의 민간요법을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만 이러한 잘못된 행동으로 인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을 기회를 놓치기 쉽습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산후풍은 출산 후의 신체적인 이상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 입니다. 한방에서는 난산을 했거나 출혈이 심했던 경우, 산후에 충분한 배설, 상처 회복, 자궁 수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어혈이 풀어지지 않았다든지 또는 산후에 찬바람과 찬 기운의 침입한 경우, 음식물의 섭취 부족, 소화불량, 정서적 불안정, 격렬한 감정의 변화 등에 의해서 산후풍이 생긴다고 설명하는데, 산후풍의 증상과 산후 갑상선염의 증상이 서로 유사한 점도 많습니다.
산후 갑상선염을 어떻게 진단합니까?
환자의 증상과 갑상선 기능검사, 그리고 갑상선에 대한 자가항체 검사로 쉽게 진단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산모가 과거에 갑상선염을 앓은 병력이 있다면 산후 갑상선염을 의심하게 됩니다.
산후 갑상선염은 어떻게 치료합니까?
산후 갑상선염 환자에게 항갑상선 약물이나 갑상선 호르몬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갑상선기능 항진증상이 나타나는 시기 중, 증상이 경미할 때에는 투약을 하지 않고 경과만 관찰할 수 있으며, 땀이 나고, 손발이 떨리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등의 증상을 조절하기 위하여 베타-차단제(beta blocker)를 보조적으로 투여할 수 있습니다.
갑상선기능 저하기에는 검사 결과에 따라서 부족한 갑상선 호르몬을 투여하면서 경과관찰을 하게 됩니다. 증상이 경미하거나 없으면 경과 관찰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증상(피로감, 근육통, 관절통, 사지의 저린 느낌, 추위를 잘 타는 증상)이 심하면 갑상선 호르몬제를 투여함으로써 증상이 호전됩니다.
갑상선호르몬을 수개월에서 1년 정도 투여하고 그 후에는 용량을 줄이거나 약을 끊어 볼 수 있는데, 일부의 환자에게서는 갑상선기능 저하증이 회복되지 않으며, 그러한 경우에는 계속 투약을 하여야 합니다.
환자의 갑상선이 커진 증상(갑상선종)은 갑상선 호르몬을 투여함으로써 대부분 갑상선의 크기가 정상화 됩니다. 산모가 수유를 하는 경우도 갑상선 호르몬을 투여할 수 있습니다. 복용한 갑상선 호르몬이 모유로 배출되는 양이 극히 미미하기 때문에 아기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산후 갑상선염은 갑상선의 기능 상태가 단기간에 변화하기 때문에 다른 갑상선 질환의 경우보다 좀더 자주 갑상선기능검사를 해 보아야 합니다.
얼마나 치료를 받아야 합니까?
지금까지는 6개월 내지 1년 정도 후에는 산후 갑상선염이 자연회복 된다고 알려져 왔습니다. 그러나 약 20-30%의 산후 갑상선염 환자들은 영구적인 갑상선기능 저하증 상태로 빠지게 되기 때문에 평생 동안 갑상선 호르몬을 보충해주는 치료를 해야하는 상태가 됩니다.
갑상선 호르몬 치료를 하던 중에 얼마나 환자의 갑상선 기능이 얼마나 회복되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혈액을 뽑아서 갑상선 호르몬 검사를 해 보게 됩니다.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4-6주 정도는 약을 끊은 상태에서 검사를 실시하게 됩니다.
산후 갑상선염을 치료하지 않고 그냥 지내면 어떻게 됩니까?
치료를 하지 않아도 1년 후에 대부분 저절로 정상 갑상선 기능을 회복합니다만, 20-30%는 영구적인 갑상선기능 저하증으로 빠지게 되어 평생동안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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