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영양이 넝쿨째∼∼ ‘호박’
맛과 영양이 넝쿨째∼∼ ‘호박’

호박과 관련된 속담 중 "호박 같은 얼굴"은 미에 신경 쓰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듣기 좋은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호박이 넝쿨째 들어 온다"같은 속담에서 보듯, 호박은 겉보기로는 울퉁불퉁 못생기고 촌스러워 보이지만 영양학적으로 풍부하고 하나도 버릴게 없습니다. 호박은 박과에 속하는 1년생의 덩굴식물로 다른 채소에 비해 기후조건에 대한 적응범위가 넓고 가뭄과 병에도 강하여 약제의 살포가 필요 없는 무공해 식품입니다. 유기농 식품을 선호하는 현대인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호박은 예로부터 식용과 약용으로 널리 이용되어 왔는데 애호박은 주로 나물이나 전, 찌개 등의 음식으로 먹고 늙은 호박은 떡, 엿, 범벅, 죽으로 이용합니다. 단호박은 쪄서 그냥 먹거나, 샐러드, 튀김, 다른 요리의 부재료 등으로 많이 이용합니다. 또한 호박잎도 쪄서 쌈으로 먹으면 여름철 별미가 되며, 호박씨도 고소한 간식거리의 하나입니다.
단호박, 늙은호박, 애호박 등 종류를 막론하고 호박에는 기본적으로 비타민 A, C, E, 베타카로틴, 칼륨 등의 무기질, 섬유질이 골고루 들어있습니다. 단호박이나 늙은 호박이 황색을 띄는 이유는 베타 카로틴(beta carotene)이라는 성분 때문인데, 베타 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 A로 바뀌면서 눈의 신경막인 망막의 기능에 필수적인 영양소로 작용하며, 결막이나 각막의 보호에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비타민 A가 부족하면 밤눈이 어두워지는 야맹증, 눈이 뻑뻑하고 시려지는 안구건조증과 결막염 등 각종 안질환을 초래할 위험이 있으며, 심하면 각막연화증 등으로 실명할 수도 있습니다.
호박에는 베타 카로틴과 함께 비타민 C, E와 같은 항산화 영양소도 풍부합니다. 우리가 마시는 산소 중 95%이상은 대부분 체내의 에너지를 만드는데 사용되고 산소 자체는 물로 변합니다. 그러나, 그 중 2~5% 정도는 반응력과 활동력이 매우 큰 유해산소로 변하는데 이것이 바로 활성산소(Free Radical)입니다. 활성산소는 단백질과 세포막, DNA와 같은 중요한 세포 성분들에 산화적 손상을 일으키는데, 이러한 손상이 노화 및 암, 동맥경화 등의 발생과 관련이 있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상당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비타민 A, C, E, 베타 카로틴, 셀레늄과 같은 항산화 영양소는 활성산소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항산화물질을 많이 섭취할수록 발암물질인 활성산소를 무독화하여 세포의 노화 방지와 암, 동맥경화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호박 속에 가득한 식이섬유소는 대장암, 변비예방 및 고지혈증, 체중조절 등에 도움이 됩니다. 식이섬유소는 섬유질이라고도 불리며 사람의 소화 효소에 의해 소화되지 않는 다당류와 리그닌으로 된 고분자 화합물을 말합니다. 말 그대로 우리 몸에서 소화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섭취하여도 열량을 낼 수 없으며 그대로 몸 밖으로 빠져 나오게 되는 물질입니다. 고섬유소 식이는 장내에서 변의 양을 증가시키므로 담즙산과 발암물질을 희석시키는 효과가 높을 뿐만 아니라 담즙산이나 유해물질을 흡착하여 직장을 재빨리 통과하도록 합니다. 따라서 섬유소는 이러한 발암물질을 대장으로부터 쉽게 제거시킬 수 있으므로 대장암 예방에 효과가 있습니다. 식이 섬유소의 또 다른 기능은 혈중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수용성 식이 섬유소는 소장 내에서 식품에 있는 콜레스테롤과 흡착하여 체내 흡수를 방해합니다. 또한 식이 섬유소는 물을 흡수하여 팽창하므로 섭취 후 포만감을 주어 과식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체중조절을 목표로 하는 사람에게도 매우 반가운 영양소입니다.
호박은 껍질에 윤기가 나고, 속이 꽉 차 묵직한 것이 맛도 좋고 영양가도 풍부합니다. 특히 누렇게 잘 익은 호박일수록 카로티노이드 성분의 함량이 높아집니다. 호박의 겉껍질은 매우 딱딱하며 저장성이 좋으나, 한번 자르고 나면 물이 닿지 않게 잘 밀봉하여 냉장고에 보관하여야 합니다.
가을철 벌판에서 누렇게 익어가는 호박으로 식사대용식이나 반찬, 간식 등으로 요리해 먹는다면 건강 또한 넝쿨째 굴러 들어올 것입니다.
글_이은영, 일산백병원 영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