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변은 무조건 위험하다?
혈변은 소화기계 응급질환 중 하나입니다. 먼저 항문이나 대변으로 피가 나오는 형태를 살펴보면, 흑색변, 혈변, 잠재출혈로 분류됩니다. 흑색변은 피가 변성되어서 자장면 같은 검은 변을 보는 것을 말하며, 잠재출혈은 육안적으로 보이지 않는 피가 검사실에서 화학반응으로 검출되는 것을 말합니다. 혈변은 붉은색 피가 그대로 항문으로 나오는 것을 말합니다. 혈변의 원인은 가장 흔한 치핵을 포함하여서 치열, 대장직장암, 허혈장염, 게실출혈, 출혈성장염, 혈관이형성, 직장궤양, 상부위장관출혈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치핵은 가장 흔한 항문출혈의 원인으로 보통 출혈양이 적고 통증이 심하지 않고 배변 시 출혈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경우에 따라서 출혈이 심하거나 통증이 심한 경우가 있어 응급으로 내원하기도 합니다. 치료는 중한 정도에 따라서 결정되며, 경하다면 좌약이나 좌욕으로 치료하고, 중등도 정도면 국소치료나 수술, 중중이면 수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치열은 변비가 있거나 굵은 변에 의해 항문의 일부분이 상처를 입어서 배변 시 통증과 함께 피가 나오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치료는 필요 없지만, 통증을 완화시키고 변비를 예방하며 변을 무르게 보도록 도와주면 회복하는 기간이 단축됩니다.
대장직장암에서의 혈변은 주로 좌측대장이나 직장에서 주로 발생하며, 체중감소 및 변비와 함께 복부 불편감을 동반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복부 불편감은 주로 좌측 복부나 아랫배 쪽으로 서서히 진행하며, 변이 점점 가늘어지면서 대변에 피가 묻어 나오는 횟수가 증가합니다. 6개월 내에 5kg 또는 평소 몸무게의 10% 이상 감소하면서 혈변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대장직장암을 의심하여야 하며, 전문의의 진료 및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보통은 수술을 통해 치료하지만 일부 조기 진단의 경우 내시경 절제술로 치료할 수도 있습니다.
평소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거나 동맥경화증, 혈액 투석 환자인 경우 갑작스런 복통과 더불어 양이 많지 않은 혈변이 나오는 경우 허혈장염을 의식할 수 있습니다. 보통 출혈양은 많지 않지만 복통은 심한 경우가 많으며, 진단은 내시경으로 확진할 수 있지만 복부전산화단층촬영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치료는 원인을 교정하고 복통을 완화시키고 수액으로 혈액순환을 개선시키면 좋아지지만, 일부에서는 장괴사까지 발생할 수 있어서 수술을 받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호전이 되더라도 2~3개월 뒤에 추적 검사가 필요합니다.
게실 출혈과 혈관이형성에 의한 출혈은 통증 없이 대량의 출혈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쇼크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두 가지 다 평소 증상이 없어서 진단이 쉽진 않지만 게실의 경우 복부전산화단층촬영에서 잘 발견되며, 혈관이형성은 진단은 쉽지 않으나 혈관조영술을 통한 색전술로 치료가 잘 되는 편입니다. 치료는 내시경 지혈술이나 혈관색전술로 충분하나, 일부 심한 경우 장절제 수술을 시행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복통과 함께 설사가 있으면서 혈변이 발생하는 경우 출혈성 장염을 의심해야 하며, 그 원인은 위장관감염, 만성염증성장질환, 방사선장염, 약제유발성장염 등으로 다양합니다. 병력과 내시경 조직검사를 통해 진단해 원인에 맞게 치료해야 합니다.
거동이 불편해 누워서 지내거나 변비가 만성적으로 심한 경우 직장 내 궤양을 잘 유발하며, 이 또한 혈변을 일으키는 경우가 흔합니다. 출혈양은 다양하게 나타나며 뒤무직이나 긴박한 변의를 동반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내시경으로 진단되며 변비 해결 및 완화제로 치료에 도움을 주거나 필요 시 내시경 지혈술을 병행합니다. 다양한 질환이 혈변이라는 형대로 발생하기는 하지만 증상과 진단, 치료가 각각 다릅니다. 혈변이 있는 경우 진료를 미루지 말고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여서 빠른 진단과 치료로 병이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글_ 이상헌 교수,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소화기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