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아플 때는 허리보호대를 착용한다?
척추그림과 무거운 짐을 드는데 통증을 느끼고 운동을 하는 할아버지 그림

외래를 보다 보면 요통으로 내원하는 많은 환자들이 허리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오시거나 보호대를 차야 하는지를 물어보시곤 합니다. 때로는 비교적 단순한 요통임에도 허리보호대를 수개월 이상 아주 오랫동안 착용한 경우도 있고, 허리보호대를 차면 허리디스크가 온다는 말을 들었다며 전혀 보호대를 착용하지 않으려는 환자분들도 있습니다.

과연, 허리보호대는 요통환자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이 물음에 답을 얻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요통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대다수의 요통은 질병이라기보다는 두통, 감기와 같이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을 수 밖에 없는 증상입니다. 이러한 요통을 ‘단순요통’이라고 합니다. 단순요통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합니다. 하지만 단순요통이 발생하는 사람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허리에 부담이 가기 이전에 이미 ‘허리가 약해져 있는 상태’라는 공통점입니다. 허리가 강한 사람은 웬만큼 허리에 무리가 가도 요통이 생기지 않습니다. 단순요통이 생긴다는 것은 허리가 약하다는 증거입니다. 즉 ‘약한 허리’가 단순요통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요통을 오랜 기간 방치할 경우 요통은 단순요통에 머물지 않고 허리 디스크와 같은 병적인 요통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허리를 자주 삐거나 무거운 물건을 자주 드는 사람에서 허리디스크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강한 허리와 약한 허리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허리 척추는 크게 척추 뼈, 디스크, 인대, 근육, 신경의 다섯 가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중 어느 한가지에 문제가 있어도 강한 허리가 될 수 없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근육의 차이입니다. 강한 허리는 허리 척추를 허리 주변의 근육이 든든하게 받쳐주는 상태인 반면, 약한 허리는 근육이 약하고 늘어져서 허리 척추를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그러므로 약한 허리를 강한 허리로 만드는 방법은 환자 자신이 열심히 운동하여 허리근육을 강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허리보호대는 착용시에 허리를 지탱해주는 근육, 즉 등쪽의 기립근과 배쪽의 복부 근육을 대신해 허리를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약한 허리에서 생긴 급성 요통의 경우에 통증이 심한 경우, 안정이 필요하므로 보호대가 필요할 수 있으며 이때에는 운동치료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며칠 동안의 안정 이후에 심한 통증이 좀 완화되면 운동과 조기활동이 회복을 돕고 장애상태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으므로 급성 통증인 경우 약물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와 함께 단기간의 보호대 착용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허리보호대를 차면 허리디스크가 온다는 말은 습관적으로 허리보호대를 착용할 경우 앞서 언급한 근육, 특히 척추 기립근이 약해져 허리디스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며 허리보호대가 직접적 디스크 문제의 원인은 아닐 것입니다. 때문에 보호대는 가능하면 짧은 기간 동안 허리를 안정시켜 주는 역할을 하며 급성기가 지나면 능동적으로 보호대를 대신할 수 있는 근육강화를 하여주는 것이 가장 적절합니다. 다만, 특별한 경우에는 상시적으로 보호대가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가령, 아주 고령이신 분들이 이미 척추근육이 퇴화되어 기능을 많이 상실하여 다른 보조기구를 의지 해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주변에서 유모차 등을 의지해 보행을 하는 어르신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도 능동적인 운동이 중요하지만 심하게 보행에 장애가 있을 경우에는 척추보호대 등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특별한 상황, 예를 들어 일시적으로 아주 무거운 물건을 들어야 한다든지, 중량이 많은 운동기구를 이용할 때에는 부상의 위험이 있으므로 허리보호대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물론 평소에 저 중량으로 할 때는 보호대 없이 해서 척추 주위 근육을 강화시켜 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주 예외적인 상황 즉, 등과 허리에 골절이 발생했거나 척추측만증이나 후만증 등의 치료목적 혹은 수술적 치료를 받은 후에 허리보호대가 혹은 보조기가 필요할 수 있는데 상황에 따라 착용기간도 달라지고 전문가와 잘 상의해 결정해야 합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능동적으로 허리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병행해 보호대에 의한 근육 약화 등과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대의 모든 질병의 치료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등, 허리의 질환에서도 예방이 중요합니다.

요통의 경우, 호전되어도 2년 이내에 재발할 가능성이 60%나 된다고 하므로 치료와 동시에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도 중요한데, 다른 질병과 같이 요통도 예방이 최선이며 대부분의 요통은 예방이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역학적인 요추관리, 적당한 운동과 활동, 양호한 전신건강과 적응성 및 건강한 정신사회적인 상태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요통의 예방에는 운동과 교육이 효과적입니다. 교육으로서 일상생활, 작업, 운동 등 모든 활동에 역학적인 자세와 동작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요통의 예방과 재발방지의 기본입니다.

또 계속 강조하지만 운동부족으로 인해 요통이 흔하므로 무리하지 않고 규칙적으로 시행하는 적당한 운동과 활동이 허리건강에 도움이 되는 운동방법과 요령을 배워서 운동을 습관화하고 양호한 전신건강을 유지하고 신체적응성을 키우는 것도 요통의 예방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또 불안한 정신상태이거나 사회적이나 심리적인 요인이 있으면 이를 해결하는 것이 요통의 예방과 재발방지에 매우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허리보호대는 급성 요통이나 일부 특정한 상황에서 허리를 보호하고 치료의 일부를 담당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지속적으로 착용하거나 잘못된 방법으로 착용하면 나쁜 영향, 특히 허리건강에 가장 중요한 근육에 부정적인 효과가 생기므로 이를 고려한 지혜로운 사용이 필요합니다. 모든 일에 마찬가지이지만 허리 건강도 능동적인 운동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것 잊지 마시길!


글_ 김진환 교수,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정형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