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

빈혈

흔히 혈색이 창백하거나 어지러우면 빈혈이 있는가 의심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가진단은 매우 부정확하며 위험합니다. 예를 들면 어지럼증을 느끼는 경우 빈혈보다는 오히려 귀(내이)의 질환일 가능성이 더 큽니다. 그런데 빈혈이라고 스스로 자가 진단하여 철분제를 복용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빈혈이라는 진단이 맞다고 하더라도 철분제만 복용하면 빈혈이 좋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철분이 모자라서 빈혈이 생기는 경우가 많지만 그밖에 만성 염증성 질환이 있는 경우처럼 철분이 몸 안에서 이용되지 못하여 빈혈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빈혈 중에서 철 결핍성 빈혈에만 철분제가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몸에서 철분이 모자라게 된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대장암이나 위암 같은 무서운 질병 때문에 철결핍성 빈혈이 오는 경우도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가지 분명하게 아셔야 할 것은 빈혈은 어떤 최종 진단명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빈혈을 유발한 원인질환을 반드시 찾아내서 치료를 해야 재발을 방지하고 효과적으로 빈혈을 치료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위궤양, 위암이나 대장암이 생긴 경우에 빈혈이 오게 됩니다. 자궁 근종 때문에 월경량이 많아지는 경우도 빈혈이 오게 됩니다. 그런데 빈혈의 원인에 대한 검사를 하지 않고 무조건 철분약만 복용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환자는 적절한 치료의 기회를 놓치게 될 것입니다.

빈혈이란 무엇인가요?

의학적으로 빈혈은 피 속에 헤모글로빈(혈색소)이라는 물질을 기준으로 판정하는데 헤모글로빈의 수치가 낮은 것을 빈혈이라고 합니다. 헤모글로빈은 적혈구 안에 있는 단백질인데 산소와 결합하여 우리 몸에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합니다. 헤모글로빈이 부족해지면 적혈구의 모양도 비정상적으로 변하고 숫자도 줄어들게 됩니다. 더 자세하게 알기 위해서 적혈구가 우리 몸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파괴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정상 적혈구
<정상 적혈구>

색이 붉으며 동그란 도너츠 모양을 띄고 있다.

철결핍성 빈혈의 적혈구 모양
<철결핍성 빈혈의 적혈구 모양>

혈색소가 부족해서 색깔이 희미하고 적혈구의 크기도 작아지고 우묵한 부분이 커져서 얇아보인다.

적혈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적혈구는 골수에서 만들어집니다. 골수란 뼈 안에 있는 들어있는 말랑말랑한 조직입니다. 닭고기를 먹어보신 분들은 닭 뼈 안에 검붉은 색의 골수가 들어있는 것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사람의 뼈에도 이런 골수가 있습니다. 골수에는 적혈구의 할아버지뻘 되는 조혈모세포라는 세포가 있습니다. 골수에 있는 조혈모세포에서 분열되고 복제되어 적혈구들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적혈구가 만들어지려면 여러 가지 원료가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철분, 비타민 B12, 엽산입니다. 완성된 적혈구는 도나츠 모양의 세포 안에 헤모글로빈이 채워진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골수에서 만들어진 적혈구들은 골수에서 혈액으로 나와서 자신의 기능을 수행하게 됩니다. 그런데 적혈구가 만들어지는 각 단계별로 이상이 생길 때는 빈혈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재생불량성 빈혈은 골수에 문제가 생겨서 적혈구가 만들어지지 못하는 질병입니다. 철분, 비타민 B12, 엽산이 부족하면 각각 철분 결핍성 빈혈, 악성빈혈, 엽산 결핍성 빈혈이 생기게 됩니다. 류마치스 관절염이나 암, 그리고 심한 염증이 있으면 철분을 제대로 이용하여 적혈구를 만들어낼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만성질환에 의한 빈혈이 생기게 됩니다. 만들어진 적혈구가 혈액에서 빨리 파괴되거나 몸 바깥으로 새어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가면역질환이나 일부 약물의 부작용으로 생기게 되는 용혈성 빈혈은 적혈구가 자꾸 깨지는 결과로 발생합니다.

몸 바깥으로 계속 혈액 즉 적혈구가 새어 나가는 경우, 적혈구 안에 들어있는 철분도 우리 몸에서 빠져 나가게 되므로 우리 몸에는 철분이 부족하게 되어 철결핍성 빈혈이 생깁니다. 철결핍성 빈혈이 가장 흔한 빈혈의 형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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