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병(냉방 증후군)

언제부터인가 냉방병이라는 반갑지 않은 신종 직업병이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습니다. 냉방병이란 강한 냉방으로 인하여 인체의 체온 조절기능이 흐트러지면서 생기는 증상들을 말합니다. 에어컨을 사용하는 분들 중에서 이유없이 코가 막히고 두통, 식욕부진, 피로, 어지럼증, 소화불량, 생리불순과 생리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때는 냉방병이 아닌지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이미 기존질환을 지니고 있는 만성병환자 들은 냉방병이 생기기 쉬우며 특히 심폐기능 이상환자, 관절염환자, 노약자, 당뇨병환자 등은 더 고생하게 됩니다.

또한 현대식 오피스 빌딩 안에 사무실이 있는 경우, 냉기를 보존하기 위해서 외부 공기의 유입을 최대한 억제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므로 빌딩증후군이 냉방병과 함께 직장인을 괴롭히게 됩니다.

냉방병이 왜 생깁니까?

우리 몸은 외부의 기온이 매우 낮더라도 어느 정도의 적응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추운 겨울철에도 우리 몸은 정상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데 왜 22-24 ℃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냉방시설이 된 사무실에서 여러 가지 불쾌한 증상이 나타날까요?

여기에는 여러 가지의 이유가 있습니다. 체온을 조절하는 중추는 뇌에 있는 시상하부라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체온을 감시하고 있다가 체온이 올라가면 자율신경을 통하여 혈관을 팽창시키고 땀을 흘리게 하는 신호를 보내게 됩니다. 혈관이 팽창되면서 열의 발산이 많아지고 땀을 흘려 체온을 떨어뜨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근무하다 보면 한자리에만 앉아있을 수는 있나요? 화장실에 가고, 담배 피우러 나가고, 커피 뽑아 먹으러 나가고, 점심식사를 나가는 등 외부의 후덥지근한 공기와 실내의 건조하고 찬 공기에 번갈아서 노출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체온 중추는 정신을 차릴 수 없는 거죠. 무더운 실외에서 냉방 된 실내로 들어오거나 반대로 서늘한 실내에서 무더운 실외로 나갈 때 생리적인 현상으로 피부혈관이 급속히 수축 또는 팽창을 반복하게 되면서 혈액순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게 되고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따라서 실내외의 온도차이가 크면 클수록 냉방병의 증상이 생기기 쉽습니다.

또 다른 요인으로 건조한 공기를 들 수 있습니다. 공기를 냉각시키면 습도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건조한 공기는 호흡기와 코의 점막을 마르게 하여 코가 막히고 심하면 잔기침이 나게 됩니다. 보통 여름철의 습도는 70% 정도 되는데 냉방을 하게 되면 실내 습도가 30-40%까지 떨어지게 됩니다. 습도가 높으면 후덥지근한 불쾌한 느낌을 느끼지만 호흡기 질환이 있는 분들에는 오히려 건조한 공기가 좋지 않습니다. 평상시 천식 같은 질환이 있는 분에게 냉방 된 곳이 좋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에어컨 청소를 게을리하면 필터에 곰팡이가 자라고 바람에 날리면서 천식이 악화될 수도 있구요.

냉방병의 증상은?

‘아침에 일어나도 몸이 편치 않고 속도 메슥메슥하고 아침 식사할 식욕도 나지 않는다. 직장에 나가면서 억지로 얼굴을 펴고 가벼운 마음으로 안녕을 외치면서 자리에 앉지만 영 의욕이 나지 않는다. 점심시간이 되어 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가면 훅 하는 더운 공기세례를 받고 처음에는 편안함을 느끼지만 다음에는 불쾌한 느낌과 오한이 있기도 하다. 짜증이 늘고 일 처리가 늦어지더니 두통이 있고 어깨 결림도 생겼다가 풀어졌다 하여 무슨 중병이 걸렸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은 오후가 되면 피로를 느끼고 코 막힘 증세까지 나타나고 감기처럼 침을 삼킬 때 목도 아프다. 아랫배도 더부룩하고 가끔 설사가 난다. 수일 전부터는 함께 일하는 여사원도 점차 짜증을 내기 시작하더니 금기야 오늘은 한바탕 붙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별일도 아니어서 화해를 청했더니 “요즈음 날이 더워져서 항상 그렇지요 뭐. 저는 하루에 몇 번씩 싸워요” 하며 오히려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이야기한다. 더운 밖에서 냉방 된 실내로 들어서거나 반대로 냉방 된 곳에서 더운 곳으로 옮겨간 직후엔 속이 메슥거리고 어지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심하면 구토, 설사를 하고 복통을 일으키는 수도 있다. 원래 건강에는 자신 있던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이렇듯 냉방병의 증상은 다양합니다. 증상이 다양하기 때문에 자신이 냉방병인줄도 모르고 어떤 병이 생겼다고 생각하여 병원에 오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평소 지병이 있던 분들은 냉방으로 인하여 지병의 증상이 더 악화되기도 합니다. 알레르기성 비염, 류마티스 관절염, 편두통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옷차림이 체온을 뺏기기 쉬우며 생리적인 이유로 냉방병의 증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생리불순, 생리통 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냉방병을 예방하려면?

냉방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실내기온을 25 ℃ 이상으로 하고, 실내.외 기온차는 5 ℃ 이하가 되도록 약간 더운 쪽으로 관리해주면 신체의 적응을 도와주게 됩니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에어컨의 찬바람을 직접 쐬지 않아야 합니다. 실내에서 장시간 생활하려면 피부를 노출시키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얇은 긴 팔 블라우스, 스타킹 등을 착용하여 찬 공기가 몸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합니다. 냉방 중인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금물입니다. 특히, 아기는 아직 중추신경계 발달이 미숙하여 체온 조절을 잘 못하므로 급격한 환경온도의 변화는 견디지 못합니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효과가 있고 냉방 된 실내와 더운 실외를 드나들 때는 적당하게 그 온도에 맞게 옷을 더 입고 벗는 등 적응 방법을 나름대로 찾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에어컨은 최소한 1시간 간격으로 가동시키고,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못했거나 불면증으로 수면제를 복용했던 경우도 기온 변화에 적응력이 약하므로 스스로의 신체 상황을 고려해 주의해야 합니다. 밤에 잠을 잘 때에는 되도록 냉방기를 끄는 것이 좋은데 수면 중에는 신체 기관의 저항력이 약하므로 에어컨 사용으로 증상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여자의 경우 허리, 하복부 등의 보온에 신경을 쓰고, 피로하고 두통이 생기고 메스꺼움이 있을 때도 냉방기를 끄던가 약하게 조절하는 것이 좋고, 음식은 찬 음식보다는 식물성 기름 음식을 먹고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틈틈이 외부 바람을 쐬면서 가볍게 운동을 하는 게 좋고 1시간마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킬 필요가 있으며 에어컨 필터도 2주에 한번 정도는 청소를 해서 세균이나 곰팡이의 번식을 막아야 합니다.

냉방병의 치료는 어떻게 해요?

특별한 치료법은 없습니다. 다만 이열치열이라는 말로 대변될 수 있겠습니다. 가급적 에어컨을 피하고, 스스로 컨디션을 조절하여야 합니다. 특히 낮에는 더워서 축 처져 있다가 밤 늦게까지 일을 하고 늦잠을 자는 올빼미족은 생활리듬을 한 박자 빠르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가벼운 운동을 하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한가지 방법입니다. 그 외 냉방병의 예방에 준한 조치를 취해야 하겠습니다.

ⓒAIMM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