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증

알코올 중독증

우리나라처럼 술에 대해 관용적인 나라도 드물 것입니다. 어지간한 실수도 술 때문에 그랬다고 하면 눈 감아주는 게 보통입니다. 비즈니스도 꼭 술자리에서 시작하여 2차, 3차 계속 술자리로 이어집니다. 심지어 술을 잘 먹는 게 "남자다움"의 상징처럼 여겨지기까지 합니다. 술에 취해 정신을 잃고 추운 겨울에 아스팔트에 눕기도 하고, 술에 취한 상태로 귀가하면서 겪은 황당했던(?) 무용담들을 서로 재미있게 주고 받습니다. 다들 한창 젊은 나이에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합니다.

사람이란 젊어서는 자신의 몸이 아까운 줄 모릅니다. 그러나 중년에 접어들면서 술 때문에 서서히 몸이 고장 나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간이 안 좋아지기도 하고 회사에 결근하는 날도 잦아집니다. 술 때문에 가정 일에도 자연히 소흘히 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건강에 위협을 느낀 분들은 절주하고, 스스로 운동이나 다른 취미생활을 찾게 됩니다.

그런데 술로 인해 자신의 삶에 악영향이 오고 있는 것을 애써 부정해 버리고 자기 파괴적인 음주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일반적으로 알코올 중독자라고 부르기도 합니다만 정확한 질병 이름은 "알코올 사용 장애"입니다. 자신의 삶이 술 때문에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의 특성 때문에 실제로 술로 인해 상당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자신은 그것을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며 설사 인식하더라도 술을 끊을 수 없는 상태에 빠져서 더욱 많은 문제들이 계속 생깁니다.

알코올의 파괴력

안타깝게도 알코올 사용 장애는 진행성 질환입니다. 즉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는 더 심각해지는 병입니다. 점점 술 먹는 빈도와 양이 늘어나고 술로 인하여 직장이나 가정에서 트러블을 일으키게 됩니다. 허구한 날 술에 취해 지내다 보면 어느새 정신과 육체가 피폐해지고 사회생활도 가정도 멍들어가게 됩니다. 이렇게 망가져 가고 있는 자신의 삶을 잊기 위해 술을 더 먹게 되고 그럴수록 삶은 더 엉망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결국에는 술이 사람을 마시는 형국이 됩니다. 이렇게 되기 전에 적절한 치료를 통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결국 파멸하게 됩니다. 당신은 어떻습니까?

나는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인가?

알코올 사용 장애를 “알코올의존”과 “알코올남용”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의존이란 주로 육체적인 측면(내성, 금단증상, 탐닉)을 강조한 진단입니다. 알코올남용은 알코올로 인한 내성이나 금단증상, 탐닉은 없지만, 과음으로 인하여 학교나 직장, 또는 가정에서 학업이나 직무 수행에 장애를 겪게 되는 등 환자의 삶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진단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알코올 의존을 진단하기 위한 조건들입니다.
  • 알코올에 대한 내성이 생김.(내성이란 같은 정도로 취하기 위해 전보다 많은 양의 술이 필요하고, 전과 비슷한 양의 술을 먹으면 전처럼 취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 알코올에 대한 금단현상이 있음. (금단이란 장기간 많은 양의 술을 섭취하다가 갑자기 술을 끊었을 때 불안, 불면, 식은 땀 등의 증상이 생기고, 이때 다시 술을 먹으면 증상이 사라지는 것을 말합니다.)
  • 원래 마음먹었던 것보다 더 많이, 더 오래 술을 먹게 된다.
  • 술을 끊고 싶어하고 끊으려고 노력도 하지만 이에 성공하지 못한다.
  • 술 때문에 중요한 사회적, 직업적 활동을 제대로 못하거나, 재충전을 위한 활동들이 포기된다.
  • 술 때문에 생겼거나 악화될 수 있는 병이 있는데도 계속 술을 먹는다.
  • 술을 구하고 먹고 깨는데 많은 시간을 소모한다.

위의 진단기준 중에서 내성이나 금단현상 중에 한 가지 이상이 있고 나머지 중에서 두 가지 이상이 1년 이상 지속될 때 알코올 의존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알코올남용을 진단하기 위한 조건들입니다.
  • 술 때문에 직장, 학교 또는 가정에서 요구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 신체적 위험을 무릅쓰고 술을 먹는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을 하거나 취한 상태에서 위험한 기계를 조작하는 것)
  • 술 때문에 법적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예를 들어 폭력을 휘둘러 체포되는 것)
  • 술 때문에 계속 사회적, 대인 관계적 문제가 생기는데도 계속 술을 마신다. (예를 들어 술 때문에 자주 배우자와 싸우게 되는 것)

위 사항 중에 한 가지라도 해당하면 알코올남용이라고 진단할 수 있습니다.

“속이 상해서” 또는 “잠이 안 와서” 술을 먹는 것도 알코올 중독 입니까?

어떤 이유로든 술을 마시는 정도가 위에서 설명한 알코올의존과 남용의 진단기준에 합당하면 그것은 알코올 사용 장애라고 보아야 합니다. 즉, 알코올 사용 장애를 진단할 때는 술을 마시는 이유가 무엇인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알코올 중독의 두 가지 특별한 유형

거의 항상 만취해서 지내는 경우가 아니면 알코올중독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도 알코올중독에 포함되며 치료가 필요합니다.

감마유형

평소에는 수개월 이상 술을 안 먹고 지내기도 하지만 한번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술 먹는 것을 스스로 멈추지 못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한번 술을 마시면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한달 이상 계속 술만 먹으며 몸이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거나 타인에 의해 강제로 중단시켜야 음주를 멈춥니다.

이런 폭음으로 인해 신체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고 아무 것도 안하고 술만 마시는 동안 사회적 책임을 전혀 이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 할 수 있습니다.

델타유형

많은 양은 아니지만 거의 매일 술을 먹는 경우를 말합니다. 자신이 술에 대한 조절력을 상실한 상태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가 어떤 이유(예를 들면 간이 나빠져서)로 술을 끊어야 할 때 또는 금단증상을 느끼고 나서야 비로소 알코올중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알코올중독은 흔히 다른 정신과적 문제와 병존합니다.

이런 경우 두 가지 병이 동시에 있는 것으로 보고 각각 치료를 해야 합니다. 다음은 알코올중독과 흔하게 함께 발견되는 정신 질환들입니다.

  • 다른 물질관련 장애(예를 들면 니코틴, 마리화나, 히로뽕 중독 등)
  • 반사회성 인격장애
  • 우울증
  • 불안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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