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력제

정력제

인류 역사와 더불어 강장제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도 드뭅니다. 겉모습이 남성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바나나와 굴이 강장제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바나나는 성기와, 굴은 고환과 닮았기 때문입니다. 굴은 오랫동안 성욕을 촉진하는 것으로 믿어져 왔으나 과학적인 분석결과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옛부터 사람들은 드물거나 새로운 것을 강장제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처음 영국에 감자가 소개됐을 때 영국인들은 이것이 성욕을 촉진시키는 음식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도 가장 광범위하게 믿고 있는 성욕 촉진제는 역시 알코올입니다. 알코올은 소량을 섭취하는 경우에 죄의식과 자기억제를 풀어 주는 심리적인 영향 때문에 강장제 역할을 하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정도를 넘어서면 확장된 전신의 혈관이 발기를 어렵게 만들고 성욕을 억제시킵니다.

현대에 와서는 아프리카에서 쓰여오던 요힘빈나무에서 추출한 요힘빈이 의학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강장제였습니다. 그러나 미 식품의약국(FDA)은 1973년 공식적으로 이 약의 판매를 금지시켰습니다. 10여 개의 과학적인 연구논문에 따르면 요힘빈도 위약(僞藥) 효과뿐이라는 것입니다.

민간에서 널리 알려진 여러 가지 강장제는 그 효과가 훨씬 더 의심스런 것이 많습니다. 교미 시간이 최대 40시간인 뱀과 몇 날 며칠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섹스를 즐긴다는 지렁이, 누에수나방, 사슴의 뿔과 고환, 물개의 성기와 근육 등이 남성 정력제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식물 중에도 정력 증가의 효과로 귀한 대접을 받는 약초들이 있습니다. 삼지구엽초나 구기자, 오미자, 새박풀, 삼딸기, 새삼 등이 이에 속합니다

문제는 그 어느 것 하나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정력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먹는 약으로는 항우울제로 쓰이는 트라조돈이나 파킨슨병에 쓰이는 L도파, 마약 길항제(拮抗濟)인 아포모르핀들이 임상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약들도 심리적인 기능은 무시한 채 생리적으로 성욕과 성기능만 증가시켜줄 뿐입니다.

성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대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대화를 가장 효과적으로 하는 정력제를 권한다면 가급적 스트레스를 줄이고 적당한 운동, 균형 있는 식생활 그리고 무엇보다도 즐거운 마음가짐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비뇨기과 전문의 이종구 박사

ⓒAIMM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