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과 건강

옛날 옛적, 신밧드가 살던 아라비아에 “칼디”라는 이름의 목동이 있었습니다. 유난히 가물던 어느 해에 평소에는 가지 않던 먼 곳까지 염소 떼를 몰고 가야만 했습니다. 염소를 풀어 놓고 한가로이 거닐던 목동은 염소들이 어떤 나뭇잎과 열매를 먹더니 평소보다 더 들뜨고 껑충거리는 것을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염소들이 먹던 열매를 직접 따먹어 보니 아! 글쎄 자신도 들판을 뛰어다니면서 마구 춤이라도 출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신기한 열매에 대한 소문이 널리 퍼지면서 주변 사람들도 커피를 먹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집니다.

아랍 문헌에 커피에 대한 첫 기록은 15 세기 후반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아랍세계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먹기 시작한 사람은 이슬람교의 신비주의자인 수피교도 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커피를 음료로 마셨던 것이 아니라 긴 밤 기도시간 동안 잠들지 않는 약(기능성 음료?)으로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커피 원두를 그들에게 전한 사람은 “디바니”라는 이름의 학자였는데 커피 열매가 의약용으로 쓰이던 이디오피아에서 들어왔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디바니가 예멘으로 돌아 왔을때 그는 병이 들었는데 커피는 그를 병에서 구했을 뿐 아니라 기도할 수 있는 힘까지 주었다고 합니다. 그 후 커피는 수피교들 사이에서 널리 쓰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당시의 사람들이 어떻게 커피를 섭취하였는 지에 대해서는 기록이 없습니다. 커피콩을 볶아서 먹었는지, 오늘날처럼 가루를 내어서 끓여 먹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만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16세기 후반 유럽의 여행가들은 아랍인들이 태운 열매로 만든 거무스름한 음료수를 마시는 것을 관찰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6.25 동란 때 미군들이 들어온 후 피엑스 커피가 풀리면서 소위 본격적인 ‘다방 문화’를 창출하게 됩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 커피는 대단한 고급 음료로 아무나 마시지 못하는 부유층의 호사 정도로 취급 되었습니다. 특히 원두커피를 직접 갈아서 필터에 여과해서 마시는 것은 가장 부르조아틱하고 고상한 취미였습니다. 뭐 지금은 기능성 음료, 콜라, 사이다 등등의 수많은 마실 것들이 쏟아지면서 원두 커피도 대중적인 음료로 자리를 잡게 되었지만... 제 아버님께서는 커피 애호가이셨습니다. 어린 제가 입맛을 다시면 “아이들에게 카페인이 독약이다”라고 말씀하시곤 하였습니다.

카페인이 커피에만 들어있지는 않습니다. 차나 코코아, 콜라, 일부 드링크류 같은 음료에도 들어있습니다. 커피 한잔 당 약 100mg, 차 한잔에는 50mg, 콜라 한 병에는 약 35mg, 초콜릿에는 30g당 6mg의 카페인이 들어있습니다. 또한 카페인은 약품으로도 사용됩니다. 일부 감기약이나 편두통 약에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카페인과 같은 계통의 약물 중에 기관지 확장제로 테오필린이라는 약이 사용되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이 실제로 카페인을 섭취하기 시작한 것은 차를 마시면서부터 입니다. 신라의 선덕여왕 때 중국에서 차나무를 반입하여 심은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커피를 즐기시면서도 커피에 많이 들어있는 카페인의 효과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하루에도 서너 잔씩 마시는 커피 안에 많이 들어있는 카페인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카페인은 어떤 작용을 할까요?

카페인의 작용은 크게 5가지로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중추신경계에 대한 작용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 오고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카페인이 중추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카페인은 대뇌피질에 작용하여 정신기능, 감각기능 및 운동기능을 향상 시킵니다. 즉, 명석한 사고와 신속한 연상, 기억력의 증진, 반응시간의 단축, 자발운동기능의 항진 등을 나타내며 피로와 졸림을 없애줍니다. 한두 잔의 커피를 마심으로써 이런 효과를 나타내나 개인에 따라서는 반대로 정교한 운동이나 지능적 행위가 장애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루 4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면 어지럼증, 지각과민, 손떨림, 안절부절, 두통, 복통, 설사, 불면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심장에 대한 작용

심장 근육에 대한 직접적인 수축력을 증가시키고 부교감신경을 자극하여 심박동을 느리게 하여 부정맥에 대한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근육에 대한 작용

대부분의 평활근을 이완시키며 특히 기관지 평활근의 이완작용은 기관지 천식의 치료에 효과적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골격근에 대한 작용으로는 근육운동을 항진 시키고 작업능력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비뇨기에 대한 작용

비뇨기에 대한 작용으로 이뇨작용이 나타납니다. 이뇨효과는 작용시간이 비교적 긴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커피를 많이 마시면 화장실에 자주 가게 됩니다.

위장에 대한 작용

카페인은 위액 분비세포에 직접 작용하여 위산분비를 촉진시키며 카페인을 제거한 커피에서도 위산분비를 촉진시키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카페인 이외의 인자가 관여하는 것으로 생각되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체내로 흡수된 카페인은 소화관에서 완전히 흡수되어 간에서 대부분 산화되어 대사 되고 15%정도만이 그대로 소변으로 배설됩니다. 반감기는 어린이는 3∼5시간 정도 이나 어른은 8∼9시간이며 개인차이가 심합니다. 어린이와 임산부에 대한 안전성은 보장되어 있지 않으며 중추신경의 흥분작용 등은 어린이에서 좀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고 카페인은 태반을 통과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동물실험에서만 기형아의 출산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진 상태입니다. 또한 임부의 모유를 통해서도 카페인은 배설이 되므로 주의하여야 합니다.

커피를 많이 마시면 몸에 해롭습니까?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잔은 몸을 산뜻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러나 한잔의 커피가 주는 각성효과는 한두 시간을 넘기지 않고 소실됩니다. 커피의 이러한 효과는 커피 안에 들어있는 카페인 성분 때문입니다. 카페인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카페인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습니다만 카페인 섭취를 하루에 200-300mg정도로 (하루에 커피 2-3잔 마시는 정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카페인을 어느 정도 섭취해도 인간에서 암이나 심장병, 고혈압, 기형아 출산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는 보고는 없습니다. 그리고 유방의 섬유낭성 변화, 멍울, 양성종양과 카페인이 관련되어 있다는 보고도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단 위궤양 환자는 커피를 피해야 합니다. 카페인이 위산 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입니다.

카페인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골다공증의 위험성이 증가합니다. 카페인이 소변에서 칼슘의 배설을 촉진시키기 때문입니다. 커피 180g을 섭취하면 약 5mg의 칼슘이 소변에서 배출됩니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마시는 하루 2-3잔의 커피는 골다공증과 상관이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루 2-3잔 정도의 커피는 운동능력을 향상시키기 때문에 많은 프로 운동선수 들이 경기 전에 카페인을 먹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주말에만 운동을 하는 일반인들은 커피를 마셔도 운동능력이 향상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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