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우울증

노인의 우울증

우울증은 전신적인 질병입니다.

우울증에 걸리면 기분이 가라앉고 공허하며 뭐가 기억도 잘 안나고 아무데도 흥미가 일지 않으며 여기저기 아프기도 하는 상태가 됩니다. 이런 상태는 흔히 누구든지 일시적으로야 겪는 수가 있지만 수주내지 수개월 지속되면 임상에서 문제를 삼게 됩니다.

우울증이라고 하면 단지 슬프거나 가라앉은 기분으로 생각하는 수가 많습니다. 가끔 축 처진 기분이 들지만 친구와 수다를 떨거나 영화를 보러 가면 없어지는 그런 것 말입니다. 그러나 임상에서 문제로 삼는 우울증은 그보다 훨씬 심한 것입니다.

우울증과 우울한 기분은 구분되어야 하는 것으로 누구나 가끔씩은 우울한 기분에 빠져들 때가 있습니다. 젊은이도 시험에 떨어지거나 실연을 하거나 배우자를 잃으면 당연히 우울한 상태가 되지만 대개는 며칠 지나면 다시 원래 상태로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상태가 오랫동안 계속 되어서 일상 생활이나 사회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수가 있는데 이런 경우를 의학적으로 우울증이라고 하며 치료가 필요하게 됩니다.

가족이 사망했을 때 느끼는 슬픔도 우울하다고 표현할 수 있고 그것은 당연한 반응입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나 목사님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우울증은 그것으로 해결이 안됩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던 없던 우울한 기분이 지나치게 오래 가면 임상적인 우울증을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다행히도 우울증은 효과적으로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우울증은 전신적인 질환입니다. 신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우리의 생각과 느낌에 영향을 줍니다.

노인이 되었다고 해서 항시 우울함을 느낀다는 것을 정상적인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되지만 많은 사람들이 노인은 으레 좀 우울한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노인은 자신의 생활에 만족감을 느끼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서구에서는65세 이상 인구의 3% 정도가 임상적인 우울증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이보다는 훨씬 적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우울증은 심각한 문제로 발전할 수 있고 가끔 자살로 끝나는 수도 있습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이렇게 심각한 우울증 환자도 80%는 약이나 정신요법으로 치료하여 성공을 거둡니다. 아주 심한 우울증도 정확하게만 치료하면 금방 반응을 보여서 좋아집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좋은 치료를 할 수 있는 것은 우울증이 제대로 진단이 되고 난 다음의 이야기입니다.

흔히 보는 것처럼 노인이 자꾸 헛갈리면서 건망증이 심해지면 “아하, 연세가 너무 드셔서 그렇구나” 하고 넘기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잘 진찰해 보면 이런 분들 가운데 상당수가 우울증이고 치료를 하면 얼마 있다가 기분이 돌아오면서 기억력도 같이 회복이 됩니다.

우울증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의사들이 주요 우울증이라고 부르는 것과 양극성 장애라 부르는 것입니다.

주요 우울증

환자는 먹고 자고 생활하는 일상적 활동을 거의 하지 못합니다. 즐거운 때도 있었다는 기억 정도 있을 뿐 기쁨을 느낄 수는 없게 됩니다. 이런 형태의 우울증은 일생에 한번정도 겪을 수도 있습니다만 어떤 사람들은 반복해서 증상이 재발합니다. 환자는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만 합니다.

양극성 장애 (조울증)

정서상태의 변동폭이 심한 질환으로서 기분이 아주 가라앉았다가 얼마 있으면 또 날아오르곤 합니다. 이렇게 “울증”과 “조증”을 양극으로 하여 반복된다고 하여 양극성장애라고 합니다. 이십대 초반에 증상이 시작되는 환자들이 대부분이고 이보다 더 나이가 들어서 시작되는 경우는 적지만 어떤 경우이든 치료는 받아야 합니다.

우울증 체크리스트

다음 증상중 어떤 것이든 2주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세어보아 4가지 이상이 되면 의사에게 보여야 합니다.

우울증의 증상
  • 슬프거나 불안하거나 공허한 감상이 지속됩니다.
  • 성생활을 포함하여 일상적 활동에서 얻을 수 있는 흥미나 즐거움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 기운이 없고 피곤하며 축 처진 느낌이 듭니다.
  • 잠을 자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불면증, 또는 반대로 잠을 너무 많이 자는 것, 새벽에 깨는 것 등)
  • 식사를 하는 데도 문제가 있습니다.
  • 정신집중이 잘 안되고 기억력도 떨어지며 무슨 일을 결정하기 힘듭니다.
  • 희망이 없다고 느끼고 비관적이 됩니다.
  • 쉽게 죄의식을 느끼고 스스로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며 도움을 받을 곳이 없다고 느낍니다.
  • 죽음이나 자살을 생각하거나 실제로 자살을 시도합니다.
  • 안절부절합니다.
  • 도가 지나치게 울기도 합니다.
  • 몸이 여기저기 아프고 치료를 해도 잘 듣지 않습니다.

가까운 과거에 친지가 사망한다든가 하는 어떤 상실을 경험한 경우 이런 감상을 느낀다면 그것은 정상적인 애도반응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정서상태가 다시 회복되지 않고 그렇게 지속되면 이런 경우에도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조증의 증상

정도가 아주 심하지 않을 때에는 가까운 사람들만이 환자의 증상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 지나치게 기분이 좋습니다.
  • 역시 안절부절합니다.
  • 잠을 적게 잡니다.
  • 기운이 넘칩니다.
  • 말도 많아지고 행동이 부지런해지며 성생활도 활발합니다.
  • 생각의 속도가 빨라집니다.
  • 이생각 저생각이 빠르게 떠올라서 무슨 결정을 하는데 방해가 됩니다.
  • 과대망상적인 생각이 듭니다.
  • 무슨 일을 하다가도 쉽게 다른 일에 정신을 빼앗깁니다.

우울증과 다른 질병

어떤 때에는 우울증이 다른 질병과 비슷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두통이나 요통, 관절통, 복통, 기타 여러가지 신체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노인들은 흔히 이런 신체적인 증상으로 우울증의 증상을 이야기하는 것이 보통이고 감정표현은 오히려 적습니다.

노인의 경우에는 우울한 기분을 만든 원인이 잘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거나 내적으로 회복력이 작아서 우울증이 오기가 쉽고 저절로는 잘 회복되지 않으므로 만성경과를 취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여러 가지 질병이 뒤따르는 결과가 초래됩니다. 증상으로 예를 들어 몇 해전 세상을 먼저 등진 남편이나 부인 생각이 자주 떠오르며 자리에 누워 식음을 전폐하기도 합니다. 아침에 자리에서 눈을 뜨면 상쾌하기는 커녕 꼼짝도 하기가 싫고 하는 일도 없이 쉽게 지치고 피로를 느낍니다.

상쾌하기는 커녕 꼼짝도 하기가 싫고 하는 일도 없이 쉽게 지치고 피로를 느낍니다.

뜬 눈으로 밤을 새우기도하고 겨우 몇 시간 눈을 붙였다 싶으면 한밤중에 깨서 도대체 잠을 다시 잘 수가 없기도 하고 반대로 하루 종일 잠을 자기도 합니다. 머리가 텅빈 것처럼 멍하고 주위에서 무슨 일이 생기건 무관심해지며 정신 나간 소리를 하기도 하며 아무일이건 집중을 할 수가 없고 때로는 죽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것이 노인우울증의 독특한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젊은 사람과 달리 증상을 부정하는 경향이 있어서 쉽게 진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즉 젊은 사람의 경우에는 우울 증상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물어보면 되지만 노인의 경우는 일정 기간 세심한 관찰을 해야 알 수 있습니다. 또 노인들은 무기력감이나 가치 상실, 자기 비하감을 많이 갖고 있어서 때로는 의사에게 내 병을 고치려고 노력할 필요 없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남을 의심하는 편집증상이 나타나서 속에 숨어있는 우울증이 진단이 안되기도 합니다.

우울 증상이 젊은이와는 다르게 매우 비 전형적으로 나타나며 예를 들면 알코올 중독, 각종 만성통증, 건강 염려증, 가짜 치매같은 증상으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만일 노인 환자에서 최근에 과음, 폭음의 병력이 있으면 우울증을 의심해보아야 합니다. 물론 노인들이 음주 그 자체 문제로 병원에 오는 일은 드물며 과음 폭음으로 인한 사회로부터의 고립, 낙상으로 인한 골절, 평상시와는 다른 행동의 변화, 기타 본래 가지고 있던 지병의 악화를 이유로 병원에 오게 되므로 이런 노인환자를 볼 때는 반드시 속에 숨어 있는 우울증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통증은 노인 우울 증상의 대표적인 특징중의 하나이다. 좀 과장해서 표현하면 지속적이고 잘 설명되지 않는 각종 통증을 가진 노인=우울증이라고까지 할 수도 있습니다. 만일 가족 중에 특별한 원인도 없고 병원에 가도 별 이상 없다고 하는데도 계속 몸 여기 저기에 통증을 호소하는 노인이 있다면 우울증을 염두에 두고 잘 관찰해 보십시오. 필요 이상으로 또 비정상적으로 건강을 걱정한다고 해서 붙여진 건강 염려증 역시 노인 우울 증상 중 대표적인 것이며 특히 혼자 사는 노인처럼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증상이 더욱 합니다.

증상이 우울증 때문이라면 그에 맞는 치료를 하여 좋아질 것입니다. 물론 어떤 환자들은 우울증과 함께 다른 병도 동시에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에도 우울증 치료를 하면 훨씬 도움이 됩니다.

우울증의 원인

다양합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함께 작용하여 우울증을 만드는 경우가 많고 어떤 경우는 그 원인 가운데 하나가 증상을 촉발한 것이 명확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우울증도 많습니다. 원인이 무엇이든 우울증은 진단과 치료를 요하는 질병입니다.

원인 가운데 어떤 것은 노인들에게 특히 중요합니다.

다른 질병들

노인이 병에 새로 걸리거나 오랜 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경우 우울증이 생기거나 이미 있는 우울증이 악화됩니다. 중풍이나 일부 암, 당뇨병, 파킨슨병, 호르몬에 관계된 병 등이 우울증과 관련된 질병으로 꼽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부작용으로 우울증이 일어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고혈압약과 관절염약 가운데 일부가 여기 해당합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노인들은 여러가지 약을 함께 쓰는데 약이 겹치면 예상하지 못했던 작용을 하는 수가 있습니다. 여러 의사선생님에게 치료를 받고 있더라도 약은 모든 의사가 다 파악을 하고 있어야 합니다.

유전적인 성향

한 가족이라면 우울증 경향도 흐르는 것 같습니다. 부모가 우울증이 있는 경우 아이들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큽니다. 아마도 우울증에 쉽게 걸리는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들이 따로 있을 것입니다.

성격

자존심이 약하고 다른 사람에 의존적인 성격의 소유자들은 우울증에 잘 걸린다고 합니다.

생활사건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든지 이혼을 했다든지 생소한 곳으로 이사를 왔다든지 경제적인 문제에 부딪히는 것 등의 "상실"을 겪으면 우울증에 잘 걸립니다. 특히 친척이나 친구가 없어서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 이러한 상실을 잘 극복해 내지 못하게 됩니다. 상실에 대해 슬픈 감정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여러가지 우울증 증상으로 곤란을 겪는다면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우울증에 대한 도움

앞서 지적한 것처럼 임상적인 우울증에 대해서는 도움을 얻어야 하는데 사람들이 그러지 못하는 이유가운데 가장 큰 것은 본인의 태도입니다. 우울증이 저절로 사라지리라고 생각하거나 이제 나이 먹었는데 무슨 치료를 받을 것인가, 또는 치료를 받는다면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볼까 두려워하는 마음입니다. 모두 틀린 생각입니다.

우울증은 치료가 잘 되는 질병입니다. 증상이 아주 심한 환자도 성공적으로 치료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몇주만에 아주 좋아져서 즐겁게 생활을 하는 것을 흔하게 봅니다.

치료에는 크게 세가지가 있습니다. 정신치료와 약물치료, 그리고 기타 생의학적 치료입니다. 때로는 여러 종류의 치료를 함께 적용하기도 합니다.

치료에 대한 반응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몇 주일동안 치료를 계속하였는데도 호전이 없으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치료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의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약물치료

대단히 효과적인 약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주로 쓰이는 것은 크게 삼환계 항울제를 비롯한 세가지 계통의 약물입니다.
사람마다 특별히 잘 듣는 약이 따로 있는 수도 있고 때로는 여러 약물을 같이 써야 하는 수도 있습니다.

정신치료

특히 경증환자에서는 숙련된 심리치료사와 대화만 해도 상당히 호전을 보는 수가 있습니다. 지적인 환자들에게는 인지치료라는 것을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우울증을 심하게 하는 사고양상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대인치료라는 것도 있는데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조정함으로써 우울증 증상을 완화시킵니다.

생의학적 치료

어떤 환자들은 다른 치료보다도 전기충격요법에 잘 반응합니다. 특히 아주 심한 주요우울증에 효과적인 치료로서 약을 쓸 수 없거나 효과가 없었을 때 사용하여 빠른 효과를 보입니다. 치료방법도 많이 발전하여 이제는 매우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치료중에는 마취제나 근이완제를 써서 환자가 아프지 않게 해줍니다.

도움은 어디서 얻나?

우울증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울증의 진단과 치료에 가장 전문적인 의사는 정신과의사입니다.
가정의학과나 일반내과의사들은 직접 치료를 하거나 경우에 따라 정신과의사에게 의뢰를 해줍니다. 외국의 경우 의사들 외에 심리치료사도 정신건강에 대한 전문가로서 활동하지만 약을 처방할 수는 없게 되어 있습니다.

의사를 찾아야 할 경우
  • 직장이나 가정일, 취미생활, 성생활에 흥미나 재미를 못느낀다.
  • 주의집중이 잘 안되고 기억력이 떨어졌다.
  • 몸이 아프고 약을 먹어도 낫지 않는다.
  • 잠을 잘 수가 없다.
  • 식욕이 없거나 반대로 너무 먹는다.
  • 전에 없이 안절부절한다.
  • 자긍심이 낮아지고 무관심한 태도
  • 기분이 가라앉는 것이 심해지고 회복이 안된다.
  • 자주, 그리고 이유없이 울곤 한다.
  • 죽음이나 자살을 자꾸 생각한다.

치료로서 규칙적인 운동이 우울증을 완화시킨다.
  • 운동은 기운을 북돋우고 활동적이며 독립적인 상태로 지켜준다.
  • 몸과 기분에 훨씬 좋은 느낌을 준다. (운동을 하면 혈중에 엔도르핀이 방출되는데 이것은 자연산 진통제역할을 하여 기분이 좋아진다)
  • 운동을 하면 잠을 잘 자게 된다.
  • 스스로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 자긍심을 높여 준다.
  • 운동을 하면서 친구, 친지와 사귀게 되어 대인관계가 좋아진다.
  • 사회적인 고립감이나 우울한 느낌에서 벗어나게 된다.
  • 삶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AIMM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