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와 기억력 감퇴(경도인지장애)

노화와 기억력 감퇴(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인구가 증가하면서 노인의 건강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노인은 신체의 노화와 더불어 각종 질환으로 고통 받기 쉬우며 경제적 문제나 자녀와의 갈등 등에 의해 상당한 심리적 어려움도 겪고 있다. 노인들은 일반적으로 경제적인 문제와 건강을 가장 힘든 문제로 꼽고 있는데, 건강 문제 중에서도 치매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점차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치매 환자들이 점점 늘고 있지만 이 분들을 보호하고 치료할 시설은 많지 않아 정부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필자가 특히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치매가 이미 발생한 후의 대책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고, 치매의 예방이나 조기 발견에는 아직 관심이 적다는 점이다. 사실상 치매가 상당히 진행한 후에는 치료를 해도 기억 감퇴가 호전되기 어려워 이미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도 말이다.

치매를 빨리 발견하고 미리 치료를 시작한다면 노인의 기억 감퇴를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것은 결국 기억력 감퇴에 따른 생활의 불편감을 상당히 덜어주고 노인과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큰도움이 된다. 또한 최근에는 치매 정도는 아니지만 기억력이 다소 나빠진 노인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벼운 기억력 감퇴도 아무런 조치없이 방치(放置)하면 몇년 후 치매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를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라고 하는데 치매와 같이 광범위한 기억 장애나 기능 손상은 없지만 이전보다 기억력 감퇴를 스스로 느끼는 경우에 의심해 보아야 한다. 상당한 호전을 볼 수 있으나, 방치할 경우 약 반수가 4년여 후에는 치매로 발전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스스로 기억력 감퇴를 느끼거나 가족들이 이를 지적할 때에는 방심하지 말고 전문의의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많은 노인들과 가족들은 이전보다 기억력이 떨어진 경우에도 이를 단순한 노화로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연령이 증가하면서 뇌세포의 노화에 의해 젊었을 때 보다 기억력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의 기억력이 같은 연령대의 친구들보다 조금 더 나빠졌다고 느껴질 때에는 이에 경각심(警覺心)을 가져야 한다. 치매에 대한 막연한 공포나 병원에 대한 거부감으로 검사를 피하고 시기를 놓친다면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으므로 가족들의 도움도 반드시 필요하다.

노인들은 여러가지 심리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에도 쉽게 이환된다. 노인의 우울증은 뇌의 인지기능을 손상시켜서 기억력 감퇴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고, 이를 치매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우울증에 의한 기억력 감퇴는 우울증 치료를 통해 충분히 정상화될 수 있으므로 노인의 우울증에도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울증도 치료하지 않을 경우 치매 위험성을 높이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꼭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노인들이 기억력 감퇴를 보일 때에는 정신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우울증인지 경도인지장애인지 초기 치매증상인지를 명확히 구분하고 각각에 알맞은 치료를 조기에 받음으로써 기억력을 회복시키는 것이 노인의 건강과 삶의 질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치매는 노인 본인 뿐 아니라 가족과 친지들에게도 심대한 고통을 초래하기 때문에 사회적 문제로까지 여겨지며 노인들에게는 막연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한다.

작성자 : 김원 교수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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