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 지나치게 얌전한 아이

[1-2세] 지나치게 얌전한 아이

얌전하게 누워만 있는 아기는 울보아기나 칭얼대는 아이보다 손이 덜 들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냥 누운 채로 내버려두거나 착한 아이 같아서 손을 쓰지 않고 크게 해버리기가 일쑤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너무 얌전한 아기 쪽이 걱정이 되고, 문제가 되는 수가 많습니다.

보통 아기는 생후 2개월쯤에는 딸랑이를 흔들면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3개월이 되면 어머니의 얼굴을 빤히 보거나, 장난감을 들고 움직이면 눈을 따라가면서 보거나 합니다. 그리고 얼러주면 웃기도 하게 됩니다. 기저귀가 젖거나 배가 고프거나, 뭔가 불쾌한 일이 있으면 심하게 울어대는 것입니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아가야 왜 그래, 기저귀가 젖을까. 지금 곧 갈아줄께.” 하고 곁으로 가서 돌봐줍니다.

운다는 것은 아기가 욕구를 전하는 수단이고, 목소리를 내거나 울거나 하면 어머니가 아기의 뜻을 재빨리 알아차리고 요구를 들어줄 수가 있는 것입니다. 아기는 자기 요구가 이루어지고 불쾌한 것이 기분 좋게 된 것으로 어머니에 대해서 신뢰감을 갖는 것이고 신뢰를 받는 어머니도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아기에게 모성이 자랍니다.

그러나 얌전한 아기의 경우, 어쩌다 보면 어머니의 관심은 말썽부리는 위의 아이에게 돌려지거나 조용히 누워 있으니까 하고 그대로 놔둬버리기 쉽게 됩니다. 조용하고 착한 아이라고 생각했던 내 아이가 한 살이 지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웃거나 울거나 하지 않을 때, 어머니는 겨우 이 아이가 어딘가 이상한 것이 아닌가 깨닫게 됩니다.

지금이라면 아직 늦지는 않습니다. 바로 곁으로 가서 안아 올려주도록 하세요. 눈과 눈이 마주치듯 하면서 오늘부터는 되도록 많이 함께 놀아주는 것입니다. 높게 높게 치켜 올려주고, 다리에 말 태우기, 없다 없다 까꿍 - 아이가 소리 내서 웃을 수 있도록 몸을 써서 장난을 쳐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혼자서만 있던 몫을 이제부터 되찾아주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없더라도 어머니가 놀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할 지금, 아직도 마음 속 한구석에 잠들어 있는 어리광 부리고 싶은 마음을 되찾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소아과 전문의 김영훈 : ykim@bcm.tmc.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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