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시작하기

그림책, 시작하기

그림책을 보여주거나 읽어주기 시작하는 때는 언제가 좋을까요? 처음 시작하는 그림책은 어느 것이 좋을까요? 아기의 지적능력에 관심이 많은 어머니들의 중요한 궁금증일 것입니다.

예전에는 아기의 그림책은 8개월 정도부터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하였습니다. 시기를 이 때로 잡은 근거가 몇 가지가 있습니다.

  • 아기의 시력문제입니다. 6개월이 되면 아기들은 비교적 완전하게 촛점을 맞추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그림의 정밀한 선도 이중으로 보이거나 희미하게 보이지 않고 정확하게 볼 수가 있습니다.
  • 아기의 호기심입니다. 아기는 그 동안 수동적으로 보기만 하다가 손과 눈의 협응이 발달하면서 6개월이 되면 손으로 만지고 확인하는 능력이 활발해집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인식이 생기기 시작하며 낯선 것과 낯익은 것을 구별하는 능력도 생기게 됩니다. 따라서 이것저것 호기심이 활발하게 됩니다.
  • 9개월 정도가 되면 아기는 흔히 까꿍 놀이를 하게 되는데 이것으로 대상의 연속성을 이해하게 됩니다. 따라서 눈앞에 어머니가 잠깐 없어졌다고 하더라도 곧 나타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며 장난감이 떨어졌을 때 찾을 수도 있게 되는 것입니다. 아직 책의 그림을 보고 실제 사물을 연상하지는 못하지만 어렴풋이나마 책의 그림과 실제 사물의 연관성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 9개월이 되면 아기들이 떨어뜨리는 놀이를 즐기기 시작하는데 이것은 원인과 결과에 대한 파악을 배우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장난감을 떨어뜨렸을 때 튕겨져 나가고 소리가 나는 연속성을 알게 되고 그런 것을 반복해서 즐기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시기의 아기는 사물그림 책뿐만 아니라 줄거리가 있는 그림책도 좋아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 아기의 언어, 특히 이해하는 언어가 발달하는 시기입니다. 어머니가 말하는 것을 전부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강조하는 것, 어머니의 뜻, 말과 대상의 연관성 등을 파악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수용언어가 상당히 발달합니다.
  • 6개월 이후에 어느 정도의 집중력이 생기게 됩니다. 돌 전의 아기들은 5분 정도는 어떤 대상에 대하여 주의를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상과 같은 아기의 발달적인 면을 고려하여 8개월이니 10개월이니 하는 말이 나오고 이 시기에 그림책의 교육적 효과를 높일 수 있고 아기의 지적 호기심도 충족시킬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요즈음은 그림책은 3개월부터 보여주라고 합니다. 물론 아기가 촛점을 맞추지도 못하는 시기이고 사물을 본다고 하더라도 전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뚜렷한 윤곽주변을 주로 보게 되기 때문에 그림책을 보여준다고 해서 호기심을 느끼거나 관심을 보이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기의 시각을 고려해서 그려진 그림책, 예를 들어 굵은 선으로 윤곽을 단순하게 처리한 사람의 얼굴, 원색의 색깔, 기하학적 도형 등에 대해서는 짧기는 하지만 집중을 하게 되면 좋아합니다. 17-20cm 정도 앞에서 보여주는 단순하게 그려진 사물 그림책은 아기에게 좋은 시각적 자극도 되고 감각발달에도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기가 이미 8,9개월이 되었다면 다음의 사항을 고려해서 그림책을 골라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 아기가 어느 정도 눈의 초점을 맞출 수 있는 나이이기 때문에 너무 굵은 선의 그림책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크게 그려지고 실물을 연상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게 그려진 그림책이 좋습니다.
  • 손과 눈의 협응이 발달하는 시기이므로 무엇이든지 잡으려고 합니다. 따라서 가지고 놀고 만질 수 있는 작은 그림책도 좋습니다. 단 작은 그림책으로 나온 것 중에는 장난감을 그대로 적어놓거나 실물과 거리가 멀게 대충 그려진 그림도 있고 사진으로 대상과 배경이 불명확한 그림책도 있는데 그런 것은 피하는 것이 좋으며 그림책은 작아도 그림책을 다 채우는 큰 그림, 선이 분명한 그림이 좋습니다.
  • 그림책의 그림과 실제 사물을 연상할 수 있도록 그려진 그림책이 좋습니다. 따라서 그림은 주로 아기가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일상용품, 동물, 탈 것, 과일, 사람 얼굴 등 중요한 특징 들이 분명하게 표현되고 사실적으로 그려진 그림책이 좋습니다. 자동차 사진, 상품의 카탈로그, 자연이나 동물에 대한 잡지책도 훌륭한 그림책이 될 수 있습니다.
  • 줄거리가 있는 그림책도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 언어발달에만 신경을 써 사물 그림책만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조금씩 원인과 결과에 대한 관계를 알기 시작하는 시기이므로 그림이 크고 자연스럽게 그려진 이야기 그림책도 권할 만합니다. 만화로 그려진 것은 좋지 않습니다.
  • 그림책은 언어발달에 중요한 초석입니다. 따라서 사물 그림책을 보여주시더라도 단어만 말하지 마시고 이야기를 꾸며 읽어 주십시오. 또 어휘발달을 위하여 다양한 사물의 그림책을 번갈아가며 읽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 아기에게 그림책을 오래 보도록 강요하지 마십시요. 8개월의 아기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3-5분 정도입니다. 금새 다른 것에 정신이 팔립니다. 아기가 흥미를 느낄 때 보여주고 읽어주는 그림책이야 말로 아기의 기억에 오래 남는 것입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본다면 꼭 카세트와 그림책이 함께 있는 것을 고를 필요는 없습니다. 더구나 카세트와 그림책이 함께 있는 것은 대개 만화식으로 그려진 것이 많고 잘 그려진 그림책도 대개 오랜 시간 듣게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아기들은 카세트 소리와 그림책을 연결 하여 파악하는 것이 힘들며 어머니가 읽어주는 것과는 달리 아기의 반응이나 집중력을 수시로 고려할 수가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교육적으로도 이 나이에는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아기는 카세트에서 나는 [멍멍] 소리보다는 어머니가 해주는 [멍멍] 소리를 더 좋아하고 재미있어 할 것입니다.

소아과 전문의 김영훈 : ykim@bcm.tmc.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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