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세] 생후 10-12개월

10개월 아기의 정서 반응

10개월된 아기는 슬픔, 기쁨, 놀람, 무서움 그리고 성냄 등의 정서적 표현이 조금씩 발달하는 시기입니다. 아기는 출생 후 바로 정서를 나타내기 시작합니다. 생후 1개월 내에 아기는 자신만의 특유한 기질을 나타내고, 주위 세계가 우호적인지 배려적인지, 또는 냉담하고 적대적인지를 이해하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반응하며 그들로부터 반응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출생후 6개월 이전에는 어머니와의 애착을 형성하면서 만족과 불만족에 따라 외부세계에 대한 신뢰감과 정서적 안정을 쌓아갑니다. 이 시기의 정서적 반응은 아주 단순합니다.

그러나 10개월의 아기는 기쁨과 슬픔, 공포와 근심, 불확실성, 고통, 분노 그리고 좌절을 조금씩 배워 갑니다. 여러 자극에 대하여 호기심이 많아서 손으로 만져보고 혀로 맛보면서 세상을 확인해 가고, 이런 것에 열정적으로 몰두하게 됩니다. 그러나 길 수는 있어도 걸을 수가 없고, 기기 시작하면서 어머니들은 안전사고가 있을까봐 ‘안돼 안돼’를 되풀이하여,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아기는 좌절도 배우고 화가 나기도 하며 신경질도 납니다.

그러면서도 낯선 상황이나 낯선 사람에 대한 불안은 계속되기 때문에, 일차적인 양육자에게 강하게 몰두하게 되고 낯선 사람들과 새로운 상황에 대해서는 수동적이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수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는 정서적으로 상당히 불안정하다는 점을 항상 고려해야 합니다. 어머니와의 애착이나 신뢰감이 중요하고, 이러한 기초적 안정이 있어야 외부세계에 대하여 적극적인 탐구와 독립적인 태도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하루종일 꼼질꼼질 움직여 기어 다니거나 가구를 붙잡고 돌아다니게 되고, 눈에 뜨인 장난감을 갖고 아무렇게나 놀거나 혼자서 깔깔거리며 웃기도 하며, 어머니가 없으면 떼를 쓰고 울기도 합니다. 침착성이 없고 산만한 것은 어쩌면 순조로운 발달을 나타내는 것이고 탐구심도 왕성하다는 증거입니다.

어머니가 함께 놀아주면서 한가지 일에 흥미를 갖도록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움직임이 활발할 때에는 아버지도 아기의 놀이에 참가하여 활동적인 놀이를 찾아내서 아기의 움직이고 싶은 기분을 풀어줄 필요도 있습니다.

무엇이든 보고, 맛보고, 해보고 싶은 아기의 마음을 부산한 것으로 오해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어머니나 아버지에 대한 애착이나 신뢰관계가 충분히 이루어지면 아이의 정서는 안정되어, 시간이 지나면 집중력도 붙고 침착한 행동을 취하게 됩니다.

무언가 뜻대로 되지 않고 마음대로 할 능력은 없고, 그렇다고 왜 그렇게 자기 뜻과는 반대로 되는 건지 이해할 사고능력도 없는 아기는 속은 상하면 울고불고 신경질을 부리고, 때로는 드러누워 떼를 쓰기도 합니다. 이때 정당한 요구는 받아주고,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나 위험한 일에 대해서는 아무리 신경질을 부려도 못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해서 안 되는 일로 아기가 신경질을 부리면, 상대하지 말고 내버려두면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보십시오.

아기가 떼를 심하게 쓴다고 놀라는 표정을 하거나 버럭 화를 내거나, 같이 신경질을 부리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화가 났을 때 이성을 잃고 분노를 즉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보아온 아이들은 그러한 행동을 따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좋은 버릇을 들이는 일은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상황에 따라 어머니의 태도가 변하면 아기는 혼동을 느끼게 되고, 신경질을 부리니까 어머니가 관심을 갖는구나 하고 생각해 좀처럼 태도를 바꾸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머니들은 아기가 오랫동안 울거나 하면 아이의 성격이 나빠지고 현실에 불만족한 아이가 될 거라고 생각해서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가 십 수분간 울었다고 목에 이상이 생기거나 성격이 나빠지거나 심리적 타격을 받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로 하여금 조그만 일이라도 자기 마음대로 안될 때마다 떼를 쓰거나 신경질을 부리는데 일조를 할뿐입니다.

10-12개월

이 시기의 중요한 행동발달은 걸음마를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뭔가를 붙잡고 일어서면 아기가, 점차 그것에 의지하며 발을 떼기 시작합니다. 성장속도가 빠른 아기들은 돌 무렵이면 능숙하게 걷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기들마다 성장속도가 달라 돌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기어다니는 경우도 있습니다.

말문이 트여서 말을 시작한 아기가 있는가 하면 말을 못하는 아기도 있습니다. 이 무렵에는 아기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할 정도로 성장속도가 다릅니다.

말귀를 많이 알아듣는 시기입니다. 실제 말을 하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단어는 몇 가지 되지 않지만 어머니가 칭찬해주면 좋아하고, 야단치면 싫어하는 기색을 합니다. ‘주세요’, ‘고맙습니다’와 같은 말이나 행동을 단순히 흉내내는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의미를 제대로 알고 사용하게 됩니다. 시계소리, 전화벨 소리, 그림책 등을 좋아하지만 곧잘 싫증을 냅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화장품이라든가, 열쇠, 시계와 같은 일상적인 용품에 더욱 호기심을 갖습니다.

이 시기의 아이는 기거귀를 갈때 기저귀를 갈기 싫어 한다든지 이유식을 혼자 먹겠다고 떼를 쓰기도 합니다. 이러한 행동들은 정신적으로 성장했다는 증거들입니다.

소아과 전문의 김영훈 : ykim@bcm.tmc.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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