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 수술에 대한 흔한 의문들

정관 수술에 대한 흔한 의문들

정관수술은 어떻게 하나요?

영구피임법으로 정관수술을 고려하는 남성들이 가장 우려하는 게 수술 후 성기능 저하와 합병증 발생입니다. 성기능에 대한 걱정은 남성의 생식(자손 번식)기능과 성기능을 동일하게 보는 잘못된 시각에서 비롯됩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정관수술은 남성의 생식기능을 유보시키되 성기능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남성의 성기능은 정신적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원치 않는 임신이 걱정돼 피임하는 부부가 적절한 영구피임 시술을 받으면 오히려 성생활에 엄청난 활력소가 될 수 있습니다.

정관은 정자가 고환과 부고환을 지나가는 통로로서 길이가 약 40cm, 두께는 1mm입니다. 정관수술은 양쪽에 고환에서 위로 올라가는 두 개의 볼펜 심지만한 정관을 묶고 자르는 수술입니다. 정관을 묶기만 하는 수술은 없습니다. 우선 정관을 절단한 다음 양쪽 끝부분을 한 번 묶어 주고 이 끈을 한 바퀴 도려서 묶고 다시 두 번을 더 묶습니다. 이때 묶기만 하고 자르지 않으면 정관이 재 개통될 확률이 높습니다.

정관수술을 하고 나서는 약 2∼3개월 간 피임을 하면서 성관계를 20회 정도 하여야 몸 속에 남아 있는 정자가 다 빠져 나옵니다. 그 후에 현미경검사를 해서 정자가 안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피임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과거에는 정관수술을 하면 상처가 커서 봉합을 하고 실도 뽑아야 했으나, 요즘에는 무도정관수술(칼을 쓰지 않는 수술)이라는 수술법이 있어 수술 시간도 5∼10분이면 가능하고 수술 상처도 5mm 안팎이어서 실을 뽑을 필요도 없습니다.

정관수술

이 수술법은 음낭을 칼로 절개하는 대신 특수한 기구로 작은 구멍을 만들어 정관을 절제하고 묶는 방식입니다. 음낭에 난 작은 구멍은 5mm 이하이기 때문에 봉합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상의 설명만으로도 정관수술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은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고환과 정관은 중요한 기관인 만큼 여러 겹의 조직층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팬티를 포함해 열 겹이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여러 조직층을 제쳐놓고 정관만 분리해 내는 일이 가장 어렵습니다. 이 부분이 잘 해결되지 않을 때 의사들은 곤혹스럽습니다. 정관 주위의 혈관을 다치면 혈종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도정관수술은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 빛을 발합니다.

무도정관수술용으로 고안된 작은 원형기구는 혈관을 거의 배제한 채 정관을 최소한의 주위 조직층과 함께 고정할 수 있습니다. 이어 끝이 뾰족한 기구(박리감자)로 음낭피부에 작은 구멍을 뚫어 정관을 꺼낼 수 있습니다. 칼로 째지 않고 작은 구멍을 뚫어 정관에 접근하므로 혈관은 자연스럽게 옆으로 제쳐지고 다칠 우려도 현저히 줄어듭니다. 그 결과 기존 방법의 경우 합병증이 3.1% 발생한 반면 무도정관수술은 0.3%에 불과했습니다. 수술 시간도 무도정관수술은 5∼10분으로 기존 방법의 1/2 정도였습니다. 무도정관수술은 의사의 숙달과 수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정관수술과 정력과의 관계

남녀노소 불구하고 사람들은 누구나 몸에 칼을 대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부부가 콘돔이나 피임약 등으로 피임을 하고 있다가 영구피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남자가 정관수술을 할 것인지 여자가 난관수술을 해야 할 것인지를 두고 서로간에 무언의 압력을 가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누군가 한 명은 수술을 하게 되는데 그 비율은 남녀가 반반입니다.

과거에는 정관수술을 정부시책으로 정해, 정관수술을 하면 예비군 훈련을 빼주었는데 이제는 인구 억제정책에 변화가 생겨 그런 일도 없어졌습니다. IMF시대에는 자발적으로 정관수술을 하는 남자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수술을 하기 싫어하는 남자들은 정관수술을 하면 허리가 아프다던가, 발기력이 떨어진다. 살이 찐다는 등의 핑계로 수술을 미룹니다. 어떤 사람은 정관수술을 하면 사정할 때 정액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관수술은 꼭 해야 되는 수술도 아니고 몸에 좋으라고 하는 수술도 아닙니다. 피임 방법이 많은데 그 중에 어느 것을 택하는가를 결정할 때 고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 뿐입니다. 따라서 수술시의 불편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정관수술을 하고 나서 얻는 이득이 그보다 더 많으면 그 수술을 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한때 외국에서는 정관수술을 하면 정력이 강해진다고 하여 정관수술 붐이 일어난 적도 있었습니다.

정관수술을 해도 사정할 때 느끼는 쾌감에는 전혀 변화가 없고 사정시 나오는 정액의 양도 변화가 없습니다. 단지 정액 속의 정자만 없어지는데 정액 중 정자가 차지하는 부분은 1%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정관이 묶이면 생산된 정자는 부고환이라는 기관에서 자연히 몸으로 흡수되는데 이것 때문에 살이 찌지는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수퇘지를 거세하면 살이 찌고 고기가 부드러워지듯이 사람도 정관수술을 하면 살이 찔 거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정관수술과 거세(고환을 제거하는 것)를 혼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관수술은 고환을 제거하는 수술이 아니고 정관만 묶는 수술입니다. 고환을 제거하지 않기 때문에 정관수술을 하면 정력이 떨어지거나 발기력이 감퇴된다는 말은 분명 사실무근입니다.

ⓒ비뇨기과 전문의 이종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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