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환자의 건강 문제

말기 환자의 건강 문제

말기 환자는 병원에서 조기 퇴원을 권유받음으로써 더 이상의 의학적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임을 간접적으로 선고받습니다. 따라서 환자는 통증 뿐만 아니라 음식섭취, 그 외 여러 신체적으로 불쾌하고 괴로운 증상이나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죽는 순간까지 가정에서 방치되는 것입니다.

이로써 대두되는 심각한 문제는 환자는 물론 환자 가족까지 말기 과정에서 수반되는 여러 가지 증상과 통증을 겪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족이란 단순한 가족 구성원의 합이 아니며, 그 가족 구성원들과 환경, 물질 및 에너지 등이 교환되는 생물, 심리, 사회적으로 통합된 개체이므로 환자는 물론 가족에게 있어 임종에 가까운 환자의 의료적 고통과 증상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 나라의 경우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태도, 즉 죽음에 대하여 수용하기보다는 회피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김태현 외,1984) 죽음이란 인생의 이별을 뜻하지만 반면 인생의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을 뜻하며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으로 누구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친숙한 현상이라고 한 연구(김순자, 1994) 결과도 있습니다.

이렇게 죽음에 대한 태도는 양면적이지만 죽음은 아직도 우리에겐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우리 인간은 고귀하게 살고 또 그렇게 죽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말기 환자에게는 이러한 고귀함이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통증과 그 외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및 영적 증상으로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말기 환자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방치되었기 때문에 가족이나 병원 모두 갈등속에서 임종환자 관리에 소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 지금까지는 호스피스 운동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호스피스 돌봄에 대한 연구에서 밝혀진 대상자의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호스피스 대상자의 간호문제
왕매련 외(1990)의 "세브란스 호스피스 케어 평가" 연구

호스피스에 등록된 110명중 100명을 대상으로 호스피스 간호사가 환자의 가정을 방문하여 환자의 상태를 평가한 후 남긴 기록을 중심으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인 부분의 말기 암환자의 간호 요구를 분석하였는데 신체적 문제에서는 통증(82%)이 가장 많았고 , 정서적인 문제에서는 근심, 걱정을 가장 많이 호소하였는데(34%) 그 원인으로는 다가올 죽음에 대한 걱정, 남게 될 유가족 걱정, 경제적 이유가 많았습니다. 영적인 문제에서는 신앙적 지지(72%)가 가장 많았고, 간호제공자 결여나 오랫동안 지속되는 병간호로 인한 가족 구성원의 탈진,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과 같은 가족 및 사회적 문제도 있었습니다.

그밖의 여러 연구에서 나타난 말기 환자들의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 통증
  • 식욕부진과 소화불량
  • 피로감 및 신체 허약감
  • 호흡곤란
  • 오심, 구토, 변비
  • 가래
  • 활동제한
  • 욕창
  • 가족내 의사소통 문제
  • 경제적인 부담
  • 우울, 불안, 분노, 공황 등의 정서적인 증상

총체적 고통

통증이란 일반적으로 신체적인 통증만을 생각하기 쉬우나 정서적, 사회적, 영적인 통증을 통합하여 고려하여야 합니다. 말기 암환자의 통증을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조절되지 못하게 되는 결과는 개인의 죽음에 대한 대처문제, 영적 고통, 가족 갈등과 의료진의 무관심 등이 복합적으로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통합적인 통증을 총체적 고통(Total Pain)이라고 하며 이 개념이 특히 호스피스에서는 중요한 개념입니다.

Twycross(1979)의 총체적 고통에 대한 모델

통증은 신체의 어떤 특정 부위의 아픔을 의미하지만, 때로는 특정 부위가 아닌 전신의 불편함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해서 자주 통증을 경험하는 환자들이 마약류가 많이 함유된 처방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신체적 통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입증되고 있습니다. 즉 신체적, 정신적, 영적인 요소들이 함께 복합되어 오는 통증은 총체적으로 관리되지 않는 한 대부분 조절되지 않는 것입니다.(Pitorak, 1997)

이러한 총체적 고통에 기여하는 요소들은 신체적 고통(통증, 다른 신체증상, 일상생활 동작의 지장), 정신적 고통(불안, 초조, 고독감, 공포, 우울상태, 노여움), 사회적 고통(직업상의 문제, 경제상의 문제, 가정내의 문제, 인간관계, 유산상속), 영적 고통(인생의 의미에 대한 의문, 가치 세계의 변화, 고통의 의미, 죄의식, 죽음의 공포, 신의 존재 추구, 생사관에 대한 고민)이 포함되어 나타나는 것입니다. (세브란스호스피스, 1999)

말기 환자의 통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상자와 관계된 문화적 요소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문화적 요소들은 환자들의 반응에 주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문화는 종교와 종족으로 구성되며 어떤 문화내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종족적 배경에 맞는 주요한 신념체계와 믿음 체계를 가질 것입니다. 동양적 문화권에서는 부정적인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않고 인내를 미덕으로 여기므로 우리의 내적 끈기와 참을성으로 인하여 통증 표현은 더 은닉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Pitorak, 1997).

통증 조절의 중요성

통증은 암의 가장 흔하면서도 괴로운 증상 중의 하나로, 암 환자들은 암 진단 당시 약 35%가 중등도 이상의 통증을 경험하며 진행성 암인 경우에는 약 70%의 환자들이, 말기 암의 경우는 80-90%의 환자들이 통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97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해에 약 10만명 정도가 새로이 암으로 진단되며 약 5만명 이상이 암으로 사망하기 때문에 약 4만여명이 통증을 경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통증은 말기 환자에게 극심한 고통을 줄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의 질을 저하시킵니다.

암 환자들의 통증의 약 95% 이상이 적절한 방법으로 제거되거나 완화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50-75%의 암환자가 통증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으며, 약 25%는 심한 통증을 경험하면서 죽음을 맞고 있어 문제가 됩니다.

통증에 대한 평가

통증은 PQRST system에 의해 평가합니다. 이 밖에 처방된 통증 약물, 투여방법, 시간 간격, 우울, 불안정도, 수면장애, 식욕, 변비, 근심, 걱정, 영적 갈등, 가족갈등 등을 동시에 조사합니다.

  • P - 악화요인/완화요인 (provoke/palliative)에 대한 평가
    통증이 악화되거나 완화되는 요인들에 대해 사정하면서 통증을 체성통증(칼로 쑤시는 것 같은 국소적인 통증), 내장성통증(막연한 뻐근한 통증, 심부통증, 쥐어짜는 듯한 통증), 신경병성 통증(타는 듯한 통증, 칼로 베는 듯한 통증, 저린 느낌, 가려움증 같은 이상감각)으로 구분합니다.
  • Q - 통증의 양상 (Quality)
    환자가 표현하는 단어, 부위, 표정, 몸짓을 동시에 파악합니다.
  • R - 통증의 부위 (Region/Radiation)
    통증이 유발되는 위치를 확인하고 통증이 다른 부위로 뻗치는지(방사통)를 확인합니다.
  • S- 통증의 정도 (Severity)
    Visual Analogue Scale(VAS)에 의해 측정할 수 있습니다. VAS는 간단하여 통증 사정에 도움이 되며 노인인 경우 큰 자로 확대하여 더 잘 보이도록 하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 T - 통증 지속 시간 (Timing)
    통증이 지속적인지 간헐적인지를 파악합니다.

통증의 약물요법

WHO의 지침에 의하면, 효과적인 통증 관리를 위해서는 총체적 접근 방법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것은 통증이 단순히 신체적 증상이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영적 고통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통증을 관리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약물요법과 비약물요법이 사용됩니다. 약물요법은 통증조절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기본적으로 환자의 통증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약물의 사용을 주저하거나, 심지어는 강한 마약계 진통제의 사용도 주저해서는 안됩니다. 호스피스 돌봄에서 통증 조절의 목표는 환자가 24시간 내낸 아프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환자의 통증 조절을 위해서는

  • 투여된 약물의 통증완화 효과와 부작용을 지속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 통증이 불안, 우울을 유발시키며 불안이나 우울은 또한 통증을 가속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가족에게 교육하여 환자의 통증 완화를 최대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합니다.
  • 환자와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약물에 대한 그릇된 생각들 ("마약은 중독을 일으킨다, 통증은 참아야 한다, 꼭 필요시에만 되도록 적게 약을 복용해야 한다. 통증을 통해 영적으로 강건함을 얻는다" 등)을 수정할 수 있도록 교육합니다.

비약물요법

비약물요법은 보완요법이 있는데 그 목적은 죽음 직전까지 증상완화와 이완을 통해 긍정적인 상태를 유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종류로는 열과 냉요법, 맛사지, 향기요법, 기도, 명상, 이완요법, 치료적 접촉(therapeutic touch)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보완요법과 동시에 치료적 환경 조성이 필수적인데 집같이 안락한 환경과 향기와 음악이 흐르는 안정된 분위기는 자신에게 숨겨져 있는 두려움과 불안 등을 표출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자료제공 : 연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
세브란스 호스피스 센타 소장 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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