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이 병을 키운다, 소리 없이 다가오는 난소암
난소의 해부학 이미지

‘고령화’, ‘아이를 낳지 않는다’, 요즘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듣는 뉴스입니다. 질병은 사회의 경제적, 문화적 행태에 따라 변화하기 마련인데,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무엇보다 걱정되는 질병들은 공교롭게도 많은 부분이 산부인과와 맞물려 있는 것 같습니다. 부인암들만 놓고 보더라도 불과 15~20년 전에는 자궁경부암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부인암이었으나, 근래 들어서는 비교적 드문 암이 되었고 자궁내막암, 난소암과 같은 암들은 자궁경부암 보다 더 중요하게 부인과에서 다루는 질병이 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난소암은 여러모로 암을 전공하는 의사들에게 매우 두려운 암으로 항상 많은 연구나 치료에 중심이 되는 암입니다. 난소암이 가장 두려운 이유는 증상이 없다는 것입니다. 부인암은 특징적인 증상에 동반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궁경부암이나 자궁내막암은 대부분 출혈을 특징으로 하여 환자들이 병원에 내원하고 따라서 조기 진단이 비교적 쉽습니다.

그렇지만 난소암은 증상이 없는 것이 증상(?)입니다.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소화불량, 복부 팽만 등을 들 수 있으나, 이때는 암이 진행되어 복수가 차면서 증상이 생기는 것으로 진행된 암인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난소암 환자의 대부분은 3기 이상의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되기 때문에 5년 생존률이 40% 정도로 매우 불량한 예후를 가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난소암은 앞서 언급한 사회문제와 어떠한 연관이 있을까요?

난소암은 주로 폐경 이후의 고령에서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고령인구가 많아 질수록 난소암 또한 증가하게 됩니다. 또한 난소암의 위험요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배란 횟수입니다. 난소암은 출산의 경험이 있는 경우에 그 발병 위험도가 감소하게 되며, 3번의 출산으로 난소암 위험도를 50%까지 감소 시킬 수 있습니다.

결국 고령화와 저출산 모두가 난소암의 위험인자가 되는 것 입니다. 그 외에 유전적인 원인도 난소암 발생에 관련이 있습니다. BRCA 유전자의 이상이나, 가족 중 폐경 이전에 난소암이 발생한 환자가 있거나, 본인이 유방암의 병력이 있는 것도 난소암 발생의 위험인자가 됩니다.

증상이 없더라도 가족력이 있다면 조기에 검진을 받아야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난소암은 증상이 없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어렵습니다. 또 골반 초음파나 난소암표지자 검사 등의 검진이 난소암 조기 발견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여러 연구결과 들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자궁경부암과 같이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검진은 현재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난소암이나 유방암의 가족력이 있거나, 난소암 발병의 위험인자가 있는 환자들의 경우 정기적인 산부인과 진료를 받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효과적인 조기진단 방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난소암의 치료는 수술과 수술 후 항암치료가 기본 치료 방법이 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수술 및 수술 후 항암치료를 통해 완치가 가능하지만, 또 많은 경우에서는 다시 병이 재발하고 한번 재발하게 되면 다시 완치를 기대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양한 항암 약물의 개발 및 수술 기법의 발전으로 인해 과거에 비해 환자의 생존률을 많이 향상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진행된 난소암이라고 하더라도 의료진을 믿고 열심히 치료를 받는 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피임약 복용이 효과적인 예방법이 될 수 있어

난소암은 의사들에게 있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그러나 난소암 예방을 위해 제가 환자들에게 권하는 예방방법이 한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피임약을 복용하는 것입니다. 많은 환자들이 피임약을 무조건 두려워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그러나 생리를 자주 거르는 환자나 난소암의 가족력, 혹은 유전적 이상이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피임약을 통해 난소암이나 자궁내막암 등의 부인암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많은 환자를 상담하다 보면 의사들의 견해나 권유가 아닌 인터넷 블로그나 비전문가의 피임약은 몸에 안 좋다 “카더라”하는 썰을 믿고 있는 환자들을 보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부정확한 정보보다는 주치의와 상의하여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것이 본인의 건강을 위해 가장 손쉬운 질병의 예방방법임을 잊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글_ 정용욱, 산부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