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생각하면 큰 병이 될 수 있다? 손 피부병 제대로 알기
비누를 사용하여 손을 닦고 있는 모습

손에 피부병이 발생하면 붉은 반점과 함께 피부가 두터워지고, 거칠어지는 태선화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미관상 좋지 않을 뿐 아니라, 대인관계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또 가려움증, 농포(피부에 생기는 고름), 피부의 갈라짐으로 인한 출혈 등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손에 발생하는 피부병은 크게 손에만 발생하는 경우, 전신 피부와 연계되어 발생하는 경우, 그리고 전신질환과 연관된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심각한 질병이 될 수도

국소적으로 손에만 발생하는 손 피부병 가운데는 자신이 일하는 환경에서 접촉하는 물질들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이 손에 생기는 것인데, 피부미용사들이 염색약이나 파마약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거나, 요리사가 각종 식재료에 의해 알레르기, 혹은 자극 증상이 발생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제빵사들은 밀가루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수도 있습니다.

만약 알레르기 증상이 심하다면 수년간 노력해왔던 직업을 바꾸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게 될 수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인생의 진로를 바꿀 수도 있는 심각한 질환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 손 피부병은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쳐 우울증, 수면장애 등을 초래하기도 하는데, 한 조사에 따르면 손 피부병 환자의 약 47%에서 이와 같은 경우가 있다고 알려지기도 하였습니다.

대표적인 손 피부병들

손 피부병 가운데 비교적 잘 알려진 질환은 ‘한포진’입니다. 포진이란 작은 물집의 형태로 나타나는 피부병을 말하며, 손바닥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 땀샘과 연관되어 발생하는 빈도가 높아 땀 ‘한’자를 붙여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한포진이 발생하면 가려움증이 매우 심한 특징을 보이는데, 절반 가까운 환자에서 알레르기성 물질과 연관되어 발생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알레르기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전신 피부와 연계되어 발생하는 대표적인 손 피부병에는 아토피 피부염과 건선이 있습니다. 난치성 질환으로 유명한 이들 피부질환이 손에 나타나면 치료가 쉽지 않습니다. 증상에 맞는 연고를 처방 받아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되며, 특수한 빛인 자외선을 쪼여 치료하는 이른바 광선치료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손에 나타나는 피부병이 때로는 전신 건강의 이상 징후인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질환이 레이노드증후군입니다. 이것은 손을 차가운 물에 담그는 등 일정한 온도 이하로 내려가면 손가락이 청색으로 변하고, 이어서 붉게 변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이 외에도 전신 경화증, 루푸스, 류마티스 관절염 등 이른바 결체조직 질환의 일환으로 나타나는 수도 있고, 동맥 경화증, 급성 동맥 폐쇄, 흉곽 폐쇄 증후군, 버거스씨병 등 혈관 질환의 일부일 수도 있습니다.

또 뇌졸중이나 추간판 돌출증, 척추 종양이 원인일 수도 있으며, 혈액의 흐름을 느리게 하거나 혈액의 점도가 높아져서 순환장애가 생기는 경우에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서둘러 가까운 피부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방 수칙을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

손 피부병도 예방 수칙을 잘 지키면 어느 정도 예방이나 증상 재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필자가 속해 있는 대한피부과학회에서는 "손 피부병 예방수칙 333"을 발표한 바 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표백제, 세정제 등 화학성분 제품과 채소, 과일즙, 생고기 등은 손에 직접 닿지 않게 한다.
  • 물일을 하는 경우 면장갑을 낀 다음, 그 위에 고무장갑을 끼며, 뜨거운 물을 사용하지 말고, 가능하면 15분 이내로 물과 접촉을 줄이도록 한다.
  • 손을 씻을 때는 비누 사용 후 비누기가 피부에 남지 않게 깨끗이 씻는다.
  • 손을 씻고 난 후에는 손가락 사이를 잘 건조시키고, 씻고 난 후에는 3분 이내로 보습크림이나 연고를 바른다.

이러한 예방 수칙 외에도 손 피부병이 발병하면 발병 초기에 전문의를 찾아 치료해 악화를 방지하고, 손톱은 짧게 깎으며, 손상된 피부 장벽을 회복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보습제를 생활화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글_ 양성규, 피부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