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곳에서 책을 보면 눈이 나빠진다?
어두운 곳에서 책을보고 있는 아이

“얘! 왜 어두운 데서 책을 읽니? 눈 나빠지게!”

아이들이 어른들한테 귀가 따갑도록 듣는 소리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이라는 사실, 혹시 알고 계셨나요? 어두운 곳에서 책을 보더라도 외부에서 들어온 빛을 모아주는 역할을 하는 수정체나, 눈 자체에는 전혀 피해가 가지 않습니다. 다만 눈 근육이 피로해져 일시적으로 눈이 불편해지고 나빠지는 것처럼 느끼는 것입니다.

‘어두운’ 곳에 있을 때나 ‘책을 읽는’ 행동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눈의 생리적 변화에 대해 이해한다면, 이러한 의문은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습니다.

어두운 환경은 시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어두운’ 곳에서는 사람의 시야가 밝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동공이 커지게 되는데, 이때 눈의 초점을 조절하는 수정체 조절근이 이완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행동을 하기 위해 우리 눈은 다시 가까운 곳에 있는 글씨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이때 수정체 조절근이 긴장하여 수정체가 두꺼워지게 됩니다.

이런 둘 사이의 팽팽한 긴장이 수정체 조절근을 쉽게 피로하게 만들기 때문에, 오래 책을 보지 않아도 눈이 피로감을 느낄 수 있고, 심할 경우 두통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또 하나 지금과 같은 겨울철의 경우 주위 환경이 건조하기 때문에 눈 역시 쉽게 건조해지며, 평소 안구건조증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도 눈이 건조하고 불편하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특히나 장시간 책을 읽거나 모니터를 보면서 집중을 하고 있을 땐, 눈 깜박임 횟수가 줄어들면서 눈물이 빠르게 증발되게 됩니다. 꼭 어두운 곳이 아니더라도 장시간의 독서는 안구건조증을 악화시켜 뻑뻑함과 쓰라림, 안구의 피로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눈이 나빠졌다고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인공눈물을 적절히 사용하면 눈의 피로를 줄일 수 있다

안구건조증으로 인한 눈의 피로를 호전시킬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쉬운 방법은 인공눈물을 점안하는 것입니다. 인공눈물은 눈에 물기를 주고 표면을 고르게 하여 오랫동안 물기를 저장할 뿐 아니라, 눈물의 삼투 농도를 낮추고 염증 관련 인자를 희석해 안구 표면의 염증을 줄여줍니다.

독서 시에 발생할 수 있는 건조감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올바른 사용법은 독서를 시작하기 직전에 인공눈물을 점안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독서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불편감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어두운 곳에서 책을 읽는 것은 우리 눈의 초점을 맞춰주는 조절근에 과도한 긴장을 유발하여 피로를 유발하는 것이지, 영구적인 시력손상을 유발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어쩔 수 없는 경우엔 1시간에 5~10분 정도 휴식을 취하여 조절근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어두운 곳이든 밝은 곳이든 장시간의 독서는 안구건조증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인공눈물을 적절히 사용하여 증상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글_ 서경훈, 안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