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누구나 감기에 흔하게 걸리지만 어떤 사람은 미약하게 지나가고, 어떤 사람은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감기 증상이 지속되어 병원을 여러 차례 방문하거나 입원까지 하게 됩니다. 어떨 때 어떤 약이 좋은지, 어떤 병원을 가면 잘 낫는 지 헷갈리는 것이 보통입니다. 먼저 감기를 치료하는데 사용되는 약물에 대해 알아보면, 일반적으로 감기약은 크게 증상을 치료하는 보존적인 약물과 세균을 없애는 항생제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감기의 90%는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항생제가 필요 없고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항생제가 지나치게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최근 이에 대한 주의가 환기되고 관련 전문가들이 양성되면서, 대학병원 급에서는 항생제의 처방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동네 의원에서는 여전히 가장 흔하게 처방되는 감기약으로 항생제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할 중요한 사항은 감기 증세가 있을 때 항생제를 먹어야 하는 질환이 사실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입니다. 대략 다음의 4가지 질환이 진단되었을 때에만 보통 항생제가 필요하고 치료제로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세균성 인후염
먼저 세균성 인후염은 A군 연쇄상구균(Streptococcus Group A)에 의해 발생하는 목감기이며, 이것은 전체 인후염의 5~10%를 차지하고 특히 5세 미만에서는 잘 발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5세 미만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목감기(인후염)에서는 항생제가 필요 없고, 해열진통제와 콧물기침약 등의 보존적인 약물치료와 충분한 휴식 및 영양공급만이 필요하게 됩니다.
중이염과 부비동염
다음으로 중이염과 부비동염은 바이러스성 감기의 흔한 합병증으로서, 대부분이 세균성 질환이기 때문에 항생제가 필요합니다. 기침, 콧물, 열 등이 일반적인 감기 때와는 달리 오래 지속되고 증상이 심할 때 이경이나 부비동 X-ray 등을 통해서 이 질환들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고, 이 질환들이 진단되었을 때는 적절한 항생제를 적절한 용량으로 적절한 기간 동안 투여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중이염과 부비동염을 일으키는 균들은 비교적 내성이 강한 편이기 때문에, 중이염에서는 7~10일, 부비동염에서는 10~14일 동안 충분히 투여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세균성 폐렴
폐렴은 소아 및 노인에서 비교적 흔한 질환 중 하나인데, 대부분은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므로 항생제가 필요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심한 임상 증상과 X-ray 소견 상 물이 차는 등의 폐렴 양상을 보이는 경우 세균성 폐렴이 의심되며 이 때 항생제가 필요하게 되는데, 대개 나이 많은 노인이나 매우 어린 소아의 경우 심한 경과를 보이므로 입원 하여 정맥으로 항생제를 투여해야 합니다. 이 때 원인이 되는 세균은 주로 폐렴구균이고, 최근에는 이에 대한 예방접종이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어 예전에 비해서는 이러한 세균성 폐렴이 많이 줄었습니다.
만약 본인이 감기 증상이 오래되어 병원을 다니고 있는데 항생제가 처방되었다면, 위 4가지 질환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확인해 보셔도 좋습니다. 위 4가지 이외의 경우에서 항생제가 처방되었다면 그 근거가 매우 미약하므로, 항생제 사용을 제고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감기약’ 이제는 확실히 알고 복용하여 감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시기 바랍니다.
글_최종혁, 가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