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은 가벼운 질환이다?
두통이 있는 남성과여성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일생에 한번 이상 두통을 경험합니다. 굳이 통계자료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주변을 둘러보면 두통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머리에서 느끼는 통증’인 두통은 그 원인도 다양한데 대부분은 특별한 원인이 없는, 즉 두통 자체가 질환인 원발두통(편두통, 긴장형두통, 군발두통)이지만 소수에서는 다른 원인에 의해 머리 통증으로 나타나는 이차두통도 있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후유증을 남길 수도

이차두통의 원인 중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것들로는 머리와 목의 외상 및 손상, 머릿속 또는 목 주변의 혈관질환, 머릿속 압력 상승, 뇌종양, 연탄가스 같은 일산화탄소 중독, 감염(뇌수막염 등), 그리고 물질금단에 의한 두통이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이차두통을 조기에 진단해서 원인 해결을 해주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는 후유증을 남길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두통이 ‘무서운’ 첫 번째 이유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편두통 환자 수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약 16% 늘어났지만, 아직도 두통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방문하는 사람은 두통을 앓고 있는 사람 100명 중 1명 꼴로 매우 낮습니다. 이는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비교적 쉽게 진통제를 구입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두통은 치료되지 않는 병이라는 인식이 만연해 두통을 방치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약물과용두통 등의 만성두통으로 악화되는 경우도 있어

일시적으로 한두 번 두통이 있을 때는 증상 조절을 위해서 단기간 진통제를 복용해 볼 수 있지만, 진통제를 습관적으로 먹을 경우 약물과용이 되기 쉽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평소보다 두통의 강도가 심해지고 빈도 측면에서도 잦아지게 되는데 이를 ‘약물과용두통’이라고 합니다. 약물과용두통은 약물을 중단해야 두통이 호전되는데, 문제는 습관처럼 진통제를 들고 다니면서 약을 남용해왔던 환자가 스스로 약물을 끊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통원치료를 하는 중에도 두통이 조절되지 않아서 입원치료를 해야만 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결국 가볍게 여겼던 두통이 약물과용두통을 포함한 만성두통으로 변질되는 상황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두통이 ‘무서운’ 또 다른 이유입니다.

삶의 질을 크게 위협하는 두통

두통 환자들의 상당수는 두통으로 인해서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실제 환자들은 효율적인 가사생활, 여가활동, 사회활동에 지장을 받고 있으며, 결국 삶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두통환자에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함께 진단되는 경우가 높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데, 일반 인구에 비해 편두통 환자의 우울증은 3배 이상, 불안장애나 공황장애는 5배 정도까지 이릅니다.

이런 정신장애는 두통이 처음 발병하는 연령대인 10~20대에 시작되어 노년에 이를 때까지 지속될 수 있습니다. 두통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 두통을 가볍게만 여길 수 없는 마지막 이유입니다.

결국 이런 여러 측면에서 가벼운 두통이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두통도 병이다! 두통이란 매우 흔하고 단순한 증상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심각한 뇌 질환의 초기 증상일 수도 있으므로, 평소 본인의 두통 증상에 대한 일지를 작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는 두통의 정확한 진단 및 정보습득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또한 정확한 진찰을 통해 이차성 두통의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고 조금이라도 의심이 된다면 적극적인 검사와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글_ 박중현 교수,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신경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