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안주에는 삼겹살이 최고다?
구운 삼겹살

2014년 갑오년의 시작을 힘차게 맞이한지도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덧 지난 일년을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계획하는 한 해의 마지막을 앞두고 있습니다. 연말연시가 되면 다양한 모임이 많아 과음 및 폭음을 하는 경우가 잦아 지기 때문에, 자칫 잘못 하다가는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에서 새해를 시작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연말 각종 모임과 행사로 늘어나는 술자리를 즐기면서 건강도 지킬 수 있는 현명한 음주 방법은 없을까요?

술자리 다음 날, 술은 깼지만 나의 간은 아직도 혹사 중!

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출처 :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폭음률은 남자 39.9%, 여자 12.4%로 나타나, 전 세계 음주자의 폭음률인 남자 16.1%, 여자 4.2%(출처 : 2005년 세계보건기구 통계자료)와 비교하여 약 2.5~3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폭음이란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자의 경우 소주 7잔(또는 맥주 5캔) 이상, 여자의 경우 소주 5잔(또는 맥주 3캔) 이상의 술을 마시는 것을 말합니다.

술을 자주 즐기는 사람들은 “소주 7잔이면 소주 1병인데, 이 정도는 기본이죠!”라고 이야기하면서 이 정도의 음주를 폭음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알코올의 분해 속도를 살펴보면 폭음의 기준을 다시 생각게 될 것입니다. 건강한 사람의 알코올 분해 속도는 체중 1kg당 1시간에 0.1g 정도로, 60kg의 성인 남성은 1시간에 약 6g 정도의 알코올을 분해할 수 있습니다. 20도 도수의 소주 한 병(360ml)에 약 72g 정도의 알코올이 들어 있기 때문에, 소주 한 병을 분해하는데 12시간이 걸리는 것입니다. 술을 마신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술이 다 깨서 멀쩡하다고 생각되더라도 나의 간은 아직도 혹사를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연말 모임 술자리에서 나의 간을 지키는 방법으로는 폭탄주를 피하고, 되도록 도수가 낮은 술을 선택하며, 빈속에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입니다. 빈속에 술을 마시면 소장에서 알코올 흡수율이 높아져 빨리 취할 수 있기 때문에 공복 상태에서의 음주는 피해야 합니다. 또 음주 중 물을 자주 마시면 알코올의 흡수율을 떨어뜨리고 포만감으로 술을 덜 마시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술안주에는 삼겹살이 최고?

연말 잦은 술자리의 또 다른 문제는 체중입니다. 술이 살을 찌게 하는 이유는 알코올은 1g당 7.1kcal의 에너지를 내는 고열량 식품이고, 술은 식욕을 증가시켜 술자리 또는 술자리 직후에 더 많은 음식을 먹게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름진 음식에 대한 욕구가 커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저녁식사를 겸하여 시작되는 술자리 모임에서 한 끼에 먹는 음식의 칼로리를 조사해보면 거의 2,000kcal가 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1차에서 삼겹살 1인분(200g=662kcal), 소주 1병(510kcal), 밥 1공기(300kcal)를 먹었다면 이미 1,400kcal의 열량을 섭취한 것이 되고, 2차, 3차로 이어지는 술자리를 고려한다면 2,000kcal는 기본으로 훌쩍 넘기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식사를 거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데, 식사는 하되 기름진 안주의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빈속에 술을 마시면 위벽이 상할 뿐만 아니라 간에 부담을 주게 되므로, 안주를 먹지 않는 것 보다는 열량이 적으며 영양소를 충분히 함유하는 채소와 과일 위주의 안주를 선택해서 적당량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적절한 음주로 건강 지키며 즐거운 연말연시를!

중국의 서예가 왕희지는 ‘一觴一詠 暢敍幽情(일상일영 창서유정: 한잔 술을 마시고는 한 수의 시를 읊으니 그윽한 뜻을 마음껏 탁 터놓고 펼친다)’라고 하였습니다. 술 한잔 기울이며 편안하게 즐기는 자리가 된다면 금상첨화이겠습니다. 음주 10계명을 유념하여 적절한 음주로 건강을 지키며 즐거운 연말연시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글_ 윤영숙,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