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이 높지 않고 특별한 증상이 없는 당뇨는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
병원 진료를 받고 있는 남성 이미지

9살과 5살 두 아이의 아빠인 직장인 김씨(43세)가 어두운 표정으로 진료실에 들어왔습니다. 몇 주전 건강검진에서 혈당이 268mg/dl(정상 공복혈당은 100mg/dl 미만이며, 2회 이상 검사에서 126mg/ld인 경우 당뇨병으로 진단한다)이 나온 것입니다.

2~3년 전부터 혈당이 약간 높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직 약을 먹을 정도는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음식 조심하고, 운동 열심히 하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어머님이 당뇨병이 있었고, 콩팥 합병증으로 돌아가신 것이 무척 마음에 남아 있어 걱정이 커진 것입니다.

2013년 대한당뇨병학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 8명 중 1명이 당뇨병, 5명중 2명은 당뇨병 전단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군다나 당뇨병 환자의 절반은 아직 진단받지 못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었습니다. 당뇨병은 실명, 신부전 또는 하지 절단의 가장 흔한 원인 질병이고, 당뇨병 환자에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 질환의 발생 확률은 당뇨병이 없는 사람보다 4배 이상 높습니다.

그러나 몸 속에서 당뇨병이 발병하더라도 평균 10년 정도 지나고 나서야 혈당검사로 당뇨병을 진단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당뇨병은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콩팥, 신경, 망막 등에 합병증은 물론 고혈압, 고지혈증, 고요산혈증, 지방간 그리고 동맥경화증 등 많은 질환이 동반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뇨병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말합니다.

현재까지 당뇨병을 완치할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당뇨병은 일상생활에서의 적절한 관리를 통해 충분히 조절할 수 있는 병이고, 당뇨병 특성상 관리는 병의 초기부터 필요합니다. 적극적인 관리는 적극적인 관심이고 적극적인 관심은 일상생활에서 약간의 주의와 정기적인 검사를 의미합니다.

당뇨병 환자에게 강조하는 생활요법은 일반인에서와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특정 건강식품이나 음식들이 큰 도움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약간의 음식 성분의 균형을 조절한 것일 뿐 지나친 과식을 피하고, 규칙적인 식사습관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최근 많은 당뇨병 연구기관들은 당뇨병 초기 단계 또는 경도의 고혈당 단계에서부터 생활요법과 병행하여 약물요법 시작을 강조합니다. 작은 불꽃이 큰 화재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조기에 인슐린 치료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혈당이 괜찮다고 방심하거나 복용중인 약물을 특별한 이유 없이 중단해서는 안됩니다. 우리 몸에서 당뇨병이란 불씨는 꺼지지 않고, 언제든지 큰 불로 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학적으로 입증된 치료를 통해 당뇨병이란 불씨는 충분히 관리할 수 있습니다.

김씨에게 당뇨병 교육을 권했고, 몸 속에서 인슐린의 효과를 도와주는 약물을 처방하였습니다. 또한 당뇨병이란 불씨에 기름을 끼얹는 것과 같은 고지혈증을 관리하기 위한 약물도 추가하였습니다.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은 이미 진단 시에 반수의 환자에서 나타날 수 있어 몇 가지 합병증 검사를 시행하였습니다. 다행히 동반된 합병증은 없어 매년 한번씩 검사하기로 하였습니다.

당뇨병은 치유할 수는 없으나 관리할 수는 있습니다. 또한 이런 관리를 통해 합병증과 이로 인한 불구, 장애 또는 사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혈당이 높지 않다거나 특별한 증상이 없다고 해서 이런 관리를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작은 불씨가 큰 불로 번지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과 같이, 당뇨병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글_ 원종철 교수,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당뇨병센터/내분비클리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