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후에는 체중이 증가한다?
김모씨는 작년 겨울에 둘째 아이가 태어나서 15년 동안 피웠던 담배를 끊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금연 1개월 만에 체중이 5kg이나 늘어서 고민입니다. 가족과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금연을 결심했는데, 이렇게 살이 찌면 다른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체중관리를 하지 않는 경우 금연 후 1년 뒤 일반적으로 4~5kg 정도의 체중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심한 경우 10kg 이상이 증가하기도 했는데, 일부 금연자에서는 오히려 체중이 줄어들기도 하였습니다.
주로 남자보다 여자에서, 금연 전에 흡연량이 많아 니코틴 중독 정도가 심한 경우, 그리고 젊을수록 체중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금연 후 늘어난 체중은 1년 뒤부터 서서히 감소해 4~5년 뒤에는 본래 체중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금연으로 인해 체중이 증가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1) 기초대사율 감소
흡연은 몸의 전체적인 기초대사율과 체온, 근육 긴장도를 증가시켜 에너지 소모량을 늘립니다. 그러다가 금연을 하면 우리 몸은 기초대사율이 낮아지도록 다시 조절되기 때문에 흡연했을 때와 똑같은 양을 먹게 되면, 에너지를 덜 사용하고 지방을 좀 더 저장하려고 하는 작용을 하게 됩니다.
(2) 미각 회복
니코틴에는 혀의 미각을 둔하게 하여 식욕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금연을 하면 맛의 감각이 들어와 음식 섭취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3) 군것질 증가
흡연에 대한 욕구를 채우기 위해 담배 대신 달고 기름진 음식을 찾게 되고, 입안에 뭔가 있어야 마음의 평안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자연히 열량 섭취가 늘어나고 살이 찌게 됩니다.
기초대사율이 감소되어 체중이 자연적으로 증가하고, 거기다 미각이 개선되어 식이섭취가 증가하므로 체중이 증가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렇게 증가하는 체중은 식이조절과 적당한 운동으로 충분히 조절 가능합니다.
포화지방산이 많이 포함된 육류섭취와 동물성 유지 섭취를 줄이고, 저지방 유제품, 채소, 생선, 달걀흰자, 껍질을 제거한 닭고기 등으로 식단을 조절하여 균형 있게 섭취하도록 합니다. 간식이 필요할 때는 무가당 비스킷이나 포만감을 줄 수 있는 바나나, 당근 같은 채소를 섭취하거나 향이 좋은 차나 냉수를 조금씩 마셔주면 식욕조절에 도움이 됩니다.
또한 조깅, 훌라후프, 줄넘기 등 가벼운 운동을 습관화하며 특히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은 복부비만이 진행되지 않도록 체중변화를 모니터링 하며 자신의 신체에 맞게 운동량을 조절하도록 합니다.
실제로 금연 중 식이조절을 함께 하면 식이조절을 하지 않은 사람보다 금연 성공률이 1.8배 높습니다. 그리고 식이조절을 하지 않은 사람은 체중이 평균 1.6kg 늘어나는 반면, 식이조절을 해온 금연자는 오히려 체중이 평균 2kg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금연으로 인한 건강상의 이득이 매우 크기 때문에 체중이 조금 늘어난다는 핑계로 금연을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결정입니다. 식습관 개선과 운동을 병행하면 금연으로 인해 살이 찌는 것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체력도 좋아지니 1석 2조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글_ 김규남 교수,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