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우면 빈혈? 어지러운 증상이 있는 귀 질환
가끔 자주 어지럽다는 증상을 호소하시는 환자분들을 보게 되면 원래 빈혈이 있었다는 말씀을 하시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는 예전부터 빈혈이 있으면 머리가 ‘핑’도는 증상이 있으며 이런 증상이 어지럼증이라는 잘못된 편견에서 말씀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분들일수록 실제로 혈액검사상에서 혈색소 수치상으로는 빈혈이 아닌 경우를 많이 봅니다. 실제로 어지러운 증상이 있으면 가장 먼저 귀와 관련해서 발생한 증상이 아닌지 의심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은 어지럼증과 관련된 귀질환으로 메니에르, 이석증, 전정신경염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메니에르
우리 귀에는 달팽이관이 있고 그 안에는 림프액이 차 있습니다. 그 림프액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서 수종이 발생하게 되면 그 압력에 의해서 그 주위의 신경이 영향을 받으면서 어지럼증, 난청, 이명, 그리고 귀 먹먹함 등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증상들이 메니에르의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심한 어지럼증이 수 분에서 수 시간 동안 지속될 수 있으며 수일에서 수개월 간격으로 반복해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귀 안의 달팽이관의 구조적 이상, 염증, 호르몬 이상 등을 원인으로 꼽기는 하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아직까지는 임상적인 증상들을 통해서 진단을 내리고 있는데요. 병력상에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무리를 하거나 피곤한 상태가 지속되는 등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발생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회복과 재발을 하는 과정에서 고도의 난청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함께 병의 단계에 맞는 치료가 중요합니다.
메니에르는 귀 달팽이관에서 발생한 ‘고혈압’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하기가 편한데요. 그래서 치료도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평소에 염분(소금)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커피, 담배, 스트레스를 피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서 몸 컨디션 조절을 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물을 자주 섭취하는 것이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난청 및 어지럼증이 너무 심하다면 이뇨제 등의 고혈압 치료제를 복용하기도 하고 약물로도 호전되지 않는 환자의 경우에는 내림프낭감압술 이라는 수술적 치료가 시행되기도 합니다. 고혈압 치료와 비슷하게 만성적으로 잘 조절하면서 증상 없이 지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이석증
이석증의 정확한 질환명은 양성 자세 현훈 입니다. 이석증은 달팽이관 옆에 있는 내이의 반고리관에 위치하고 있던 이석이 제자리에서 떨어져 반고리관의 림프액의 흐름을 따라서 돌아다니면서 머리의 위치에 따라서 심한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아직까지 그 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주로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갑자기 회전감이 있는 현기증과 평형 장애를 발작적으로 경험하며, 특히 베개를 베거나 목을 구부렸다 위를 쳐다보는 행동을 할 때 순간적으로 현기증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때 자율신경계의 자극 증상인 오심, 구토, 두통, 가슴 두근거림, 식은땀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거의 모든 환자가 어지럼증과 함께 구역과 구토를 느끼지만, 회전감 있는 현기증은 1분 이내로 짧게 지속된다는 점에서 메니에르와 차이가 있으며, 대개 머리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곧 증상이 사라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따라서 증상이 발생했을 때는 무척 힘들어 하다가 가만히 누우면 증상이 가라앉아서 병원에 도착해서는 증상이 많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석증의 치료는 병의 발생기전과 관련해서 떨어진 이석을 반고리관의 원래 자리에 넣어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약물치료보다는 이석을 제자리로 옮겨주는 자세 치료가 중요합니다. 자세 치료를 통해서 증상이 없어지는 경우는 1회 시행 시에 약 90% 정도이며 재발하는 경우에도 다시 자세 치료를 시행하면 됩니다. 대부분의 환자에서 이석증은 그 증상의 발생의 특징 때문에 한 번 경험해보시면 다시는 잊지 않고 기억할 정도이므로 증상이 발생하자 마자 이비인후과 외래나 응급실에 방문해서 자세 치료를 받으시는 것이 효과가 가장 좋습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에는 상체를 약 45도 정도 높인 자세로 하루 정도 쉬는 것이 좋습니다.
전정신경염
전정신경은 우리 내이에 존재하면서 평형감각을 유지하게 해주는 중요한 신경으로 ‘평형신경’이라고도 합니다. 전정신경염을 일으키는 원인은 대부분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눈동자가 떨리는 안진과 어지럼증, 구역, 구토가 주요한 증상입니다. 전정신경염은 30~40대에 잘 발생하는데 발병률에 남녀의 차이는 없으며,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해서 상기도 감염 병력이 관찰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한쪽 전정신경에 바이러스에 의해서 염증이 발생하게 되면 그 전정신경의 기능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는 마치 프로펠러 비행기에서 한쪽 날개의 프로펠러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비행기가 빙빙 도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치료는 감기와 비슷하게 저절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자가 증상을 견딜 수 있으면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대개 심한 구토와 어지럼증으로 환자가 괴로워하므로, 증상 발생 초기에만 신경안정제등의 전정 억제제를 투여하기도 합니다. 전정신경염이 재발하는 경우는 드물며 재발하더라도 비교적 증상이 약하고 회복 기간이 짧은 것이 특징입니다.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몸의 어느 부분의 마비 증세 등의 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하지 않는 어지럼증이 자주 발생한다면 이비인후과에서 정확한 검사를 통해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_ 최익준, 이비인후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