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비뇨기 질환, 크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소아 비뇨기과 의사들은 매번 환자를 진료할 때 크게 두 가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기다려 볼까?” 또는 “지금 치료(수술)할까?” 입니다. 그만큼 소아비뇨기 질환은 스스로 호전되거나 지금 당장 치료가 필요 없는 질환이 많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무턱대고 기다릴 경우, 치료시기를 놓쳐 큰 낭패를 보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소아 비뇨기과 의사들도 어려운 “기다려 볼까?”, “치료할까?”의 고민을 단순히 매체나 주변의 ‘카더라통신’만을 믿고 따르게 된다면 자칫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겨줄 수도 있게 됩니다. 소아비뇨기 질환 중 자연스럽게 해결될 줄 알고 무턱대고 기다릴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 몇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잠복고환
고환이 음낭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복부나 사타구니에 있는 경우를 ‘잠복고환’이라고 부릅니다. 잠복고환은 소아에서 매우 흔히 발견되는 선천성 이상으로 장기적으로 정자 형성과 같은 고환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합니다. 특히, 미숙아의 경우 더 흔히 발견되는데 보통 미숙아의 30% 정도에서 잠복고환이 발견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잠복고환은 상당수에서 출생 후 내려오게 되는데, 보통 생후 3개월 이전에 내려오게 됩니다. 이전에는 생후 1세까지 기다려보고, 내려오지 않으면 수술하는 것을 권유하였으나, 최근에는 6개월까지 내려오지 않으면 내려올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6개월 이후부터 수술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가능한 수술 없이 치료가 되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고환이 비정상적인 위치에 있을 경우 조직학적 변성이 나타나기 때문에 더 이상 내려올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조기에 수술적 교정을 해주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간혹 5~6세가 넘어서 외래를 찾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이런 부모들은 한결같이 기다리면 좋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만을 듣고 기다렸다고 합니다. 이렇게 치료시기가 늦어질 경우 고환 조직의 변성도 문제지만, 많은 수에서 수술적 치료 시 고환이 아래까지 잘 내려오지 않는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음낭수종
음낭수종은 음낭 안에 물이 차서 불룩하게 보이거나 만져지는 것을 말합니다. 엄마의 뱃속에서 아이가 자라는 동안 고환은 아이의 뱃속에서 음낭으로 내려오게 되는데, 이때 초막돌기라 불리는 복막의 일부와 함께 내려오게 됩니다. 이러한 초막돌기는 고환이 자리를 잡은 뒤 막혀야 하는데, 막히지 않고 남아있어 복강 내 복수가 내려오는 것이 음낭수종입니다.
음낭수종은 1세까지 기다리면 대략 절반에서는 좋아집니다. 또한 외관상의 문제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문제가 없기 때문에 무작정 기다린다고 하여 특별히 문제가 될 일은 없습니다. 물론 1세까지 없어지지 않는 음낭수종은 대부분에서 스스로 없어지는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음낭수종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전문가의 진단 없이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입니다.
앞서 음낭수종은 초막돌기가 없어지지 않고 남아있는 경우라고 설명하였는데, 얇게 남아 있는 경우는 복수만 내려올 수 있어 음낭수종이고 넓게 남아있는 경우는 장까지 내려올 수 있어 탈장이 됩니다. 탈장은 탈출된 장의 괴사를 초래할 수 있어 나이에 관계없이 진단 즉시 수술을 해야 합니다. 즉, 탈장을 음낭수종으로 오진하고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행동입니다. 만약 음낭의 크기가 밤낮으로 변화가 있거나, 아랫배에서 음낭까지 소시지 모양의 구조물이 만져질 경우 탈장이 의심되므로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요로감염
소변에 염증이 심한 경우를 요로감염이라고 합니다. 보통 방광염 등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신장에 염증이 생기는 신우신염의 경우 열과 함께 영구적인 신장의 손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요로감염이 발생하는 가장 대표적인 2가지 원인이 요관 폐색과 방광요관 역류입니다. 이 두 질환 모두 시간이 지나면 대략 절반의 환자에서 호전되거나 치료가 필요 없는 경우여서 대부분의 환자는 치료 없이 지켜보기만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절대 신장의 영구적인 손상만은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장의 영구적 손상은 대부분 신장의 염증이 발생하면 나타나며, 환자는 고열과 옆구리 통증을 호소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 조기에 항생제 치료로 신장의 손상을 막아야 하며, 2차적인 요로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예방적 항생제도 사용하게 됩니다.
예방적 항생제 사용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인 요로감염이 발생할 경우 신장 손상을 막기 위해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수술을 시행합니다. 방광요관 역류의 경우 대부분 열이 나는 요로 감염 후 신장의 손상을 일으키지만, 요관폐색의 경우는 요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신장의 부종만으로도 손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이것은 증상이 없어 정기적인 검사를 통하여 수술 필요성을 결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요로감염에서 기다림은 단순한 의미의 기다림이 아니라 필요 없는 치료를 막고 적절한 치료 시기를 결정하기 위한 중요한 감시의 시간이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주변의 정보만을 믿고 단순히 기다리는 것은 너무나 위험부담이 큰 행동이 되겠습니다.
야뇨증
밤에 자는 동안 무의식 중에 오줌을 싸는 증세를 야뇨증이라고 합니다. 통상적으로 만 5세 이후부터 병적인 야뇨증으로 판단하고 치료를 시작하게 됩니다. 치료는 밤에 소변이 적게 만들어지도록 만들어주는 항이뇨호르몬이 주가 됩니다. 이것 또한 앞에서 말한 질환들처럼 엄격한 의미의 치료는 아니며, 저절로 호전되기까지 시간을 끌어주기 위한 방책일 뿐입니다. 실제로 야뇨증은 1년에 약 15%가량 저절로 호전이 됩니다.
즉, 빨리 치료를 시작할수록 더 오랫동안 약물치료를 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하지만 이것만 믿고 무작정 치료 없이 기다리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우선 늦은 나이까지 야뇨증이 있는 아이들은 캠핑 등의 야외활동에 대한 두려움으로 친구들과 어울림이 힘들어지고 대인관계 형성에 문제를 야기합니다. 또한 늦게까지 호전되지 않는 야뇨증은 단순 야뇨증 외에 과민성 방광을 일으키는 2차적인 질환을 동반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합니다.
야뇨증이 있는 아이는 치료 없이 단순히 기다려보는 것도 좋지만, 약물복용으로 자신감을 가지게끔 해주는 것도 부모로서 필요하다고 봅니다. 야뇨증의 치료는 주변의 좋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게 좋은 학군으로 이사를 가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입니다.
위에서 보았듯이, 소아비뇨기 질환들은 많은 수가 자연 치유가 됩니다. 그래서 진단 즉시 치료를 하는 어른들의 질환과는 달리 진단 후 많은 시간을 기다리면서 질환의 경과를 지켜봅니다. 이러한 지켜봄은 관망의 의미가 아니고, 감시의 의미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질환의 감시를 위해 최신장비(최신 진료 지침)로 무장된 소아 비뇨기과 의사들을 찾아보는 것을 조심스레 권장합니다.
글 _김성철 교수, 인제대학교 비뇨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