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저하, 나이 탓?

노안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수정체가 탄력을 잃고, 모양체의 수축력은 약해져서 먼 거리는 잘 보이고 가까운 곳에 있는 상은 잘 안 보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노안은 40세가 넘어서면 누구나 경험하게 되고 돋보기를 쓰면 근거리도 잘 보이므로 엄밀한 범위에서 질병은 아닙니다. 반면, 백내장, 녹내장, 황반변성과 같은 노인성 안질환은 눈의 구조에 어떤 이상이 생겨서 안경이나 돋보기로도 시력이 잘 나오지 않고 치료가 필요한 질병을 말합니다.

백내장

백내장은 카메라의 렌즈와 같은 역할을 하는 우리 눈의 수정체에 혼탁이 생겨 사물이 뿌옇게 흐려 보이는 질병입니다. 당뇨, 외상, 약물, 눈의 염증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대부분의 백내장은 노화로 인한 노인성 백내장으로 50세가 넘어서면 거의 모든 사람에게서 시작됩니다. 시력저하가 가장 흔한 증상이며, 사물이 겹쳐 보이거나 밝은 곳에서 시력저하가 특히 심할 수 있습니다.

백내장은 초기에는 약물로 진행속도를 늦추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수술입니다. 수술로 혼탁된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 수정체를 삽입하는데, 성공률이 아주 높아 약 97% 이상에서 시력개선 효과를 보입니다.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지만 드물게 합병증이 발생하여 시력이 더 저하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수술 시기는 백내장으로 인한 생활의 불편이 있을 때 의사와 충분한 상의 후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녹내장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되는 질병으로 백내장과 이름만 비슷할 뿐 다른 질환입니다. 시신경이 손상되는 원인은 안압이 상승하여 시신경을 누르거나, 안압이 높지 않더라도 시신경의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겨 초래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녹내장은 증상이 없습니다. 안압이 갑자기 많이 상승하는 경우에는 두통이나 안구통, 시야흐림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에 해당하고, 대부분의 녹내장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시신경이 손상됩니다.

건강검진이나 안과에서 흔히 안압검사를 하는데 안압이 정상이라고 녹내장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한국인에서 안압이 높은 녹내장은 전체 녹내장의 30%에 불과하고, 나머지 70%는 안압이 높지 않은 정상안압 녹내장입니다. 안압이 정상인 경우라도 시신경 모양이 녹내장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시야검사, 시신경 촬영 등의 검사를 하여 녹내장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시신경은 한번 손상이 되면 회복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조기진단과 치료가 중요합니다. 녹내장의 일차적 치료는 안압을 조절하는 약물을 점안하여 시신경의 추가적인 손상을 예방하고, 시신경 손상을 늦추는 것입니다. 이외에 레이저요법, 수술요법이 있는데 개인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환자마다 치료방법이 달라집니다.

황반변성

카메라에서 빛이 맺히는 필름 부분에 해당하는 망막 중심부를 황반이라 부르는데, 이 부분이 나이가 들면서 노폐물이 쌓여 세포가 변성되는 것을 ‘황반변성’이라고 합니다. 변성이 진행되어 황반에 비정상 혈관이 자라면서 시력이 빠르게 저하되고, 심하면 실명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황반변성이 시작되면 사물을 보았을 때 찌그러져 보이거나 시야의 중심에 무언가로 가린 듯 잘 보이지 않습니다.

망막(황반)은 신경조직으로 한번 손상되면 되살리기가 어렵습니다. 초기 또는 중기 황반변성에의 경우 환자가 느끼는 시력저하는 크지 않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금연을 하고 항산화제, 루테인 등의 영양제 섭취가 진행을 줄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말기 황반변성 중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자란 경우 시력이 많이 저하되는데 이 경우 항혈관생성억제인자(루센티스) 주사를 받으면 시력이 일부 회복될 수 있습니다. 치료시기가 최종 시력결과에 중요하므로 초중기 황반변성이라도 정기적으로 망막검사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_ 박정현 교수, 서울백병원 안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