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예방이 불가능할까?
중년의 노부부 이미지

최근 노인 인구가 증가되면서 치매에 걸리지 않기를 희망하는 노인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자신의 추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일 뿐만 아니라 자식들에게 떠넘겨질 무거운 짐까지도 염려하는 부모님의 한결 같은 자식사랑의 표현일 것입니다.

노인 환자들이 많이 내원하는 신경과 진료를 하다 보면 ‘치매만 안 걸리게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환자들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그만큼 ‘치매’라는 병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몹쓸 병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피부가 쭈글쭈글 해지고 검버섯이 생기듯이 뇌세포도 늙어지게 됩니다. 뇌세포가 늙어진 결과로 치매의 여러 증상들이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즉, 치매란 나이가 들면서 뇌세포의 퇴행성 변화에 의해 기억력을 비롯한 언어 능력, 지남력, 판단력 및 수행능력 등의 인지기능이 저하되고 그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병을 말합니다. 간혹 건망증과 혼돈되는 경우가 있는데 건망증은 어떤 사건이나 경험의 내용 중 일부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반면, 치매일 경우에는 사건이나 경험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 혹은 구체적인 내용의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치매는 나이가 들면서 뇌세포의 퇴행성 변화에 의해 발생되는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가 가장 대표적이지만, 그 이외에도 다른 여러 종류의 치매가 있습니다. 뇌졸중 이후에 치매 증상을 보이는 혈관성 치매도 자주 볼 수 있으며, 치매환자와 같은 증상을 보였지만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 치매가 아닌 경우로 밝혀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가성 치매’라고 하는데 우울증, 갑상선 이상 같은 대사성 질환, 뇌 수두증, 뇌종양, 신경계 감염, 약물에 의한 인지기능의 이상 등이 이에 속합니다. 따라서 기억력 장애를 비롯한 인지기능의 장애가 보이는 경우에는 꼭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필요한 검사를 하고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매의 진단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인지기능의 저하 유무와 정도를 측정하는 신경심리 검사(neuropsychological test)입니다. 이를 통해 환자나 보호자가 느끼는 인지기능의 저하가 비슷한 정도의 교육을 받은 또래의 다른 사람들보다 현저한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입니다.

간혹 치매 진단을 위해 MRI를 찍으러 왔다고 하는 환자들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MRI는 뇌의 위축 정도를 알아내고 치매의 다른 원인을 감별해 내기 위해서 중요한 검사이지만, 뇌 사진만으로 인지기능의 저하 정도를 측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 이외에 가성치매를 일으킬 수 있는 질병을 감별하기 위해 혈액검사들이 필요합니다.

신경 심리검사를 해보면 본인은 기억력이 심하게 떨어진다고 호소하는데 검사상 이상을 보이지 않는 주관적 기억력 장애로 밝혀지는 경우도 있고, 치매라고 진단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는, 즉 정상과 치매의 중간 단계 또는 치매의 전단계라고 할 수 있는 인지기능의 이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경도 인지장애라고 합니다. 경도인지장애를 많이 연구한 외국의 보고에 따르면 비록 현재는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환자라고 해도 이들 환자들의 10~15%가 매년 치매로 진행된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경도 인지장애를 보이는 환자들을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를 함으로써 치매로의 전환을 늦추려는 많은 시도가 있습니다.

현재까지 많이 쓰이고 있는 치매 치료제는 항콜린성 약물입니다. 이들 약물은 치매를 완치시키는 것이 아니라 치매의 진행을 늦추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까지 치매를 완치시킬 수 있는 약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약물치료를 통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나빠질 기억력의 저하를 늦추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치매의 예방을 위해서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장병 등을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고 비만해지지 않도록 적절한 운동을 하고 지나친 음주나 흡연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우울증이 있는 경우에는 이에 대한 치료를 받고 가능하면 많이 웃고 밝게 살도록 노력하고 머리를 많이 쓰고 적극적으로 살 것을 권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장애나 언어장애 등의 인지기능저하가 있을 때에는 신경과 의사의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글_ 김정연 교수,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신경과